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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 해외연수 포기 못하고 11명이 편 갈라 떠난 달서구의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대구시 달서구의회 김철규(56) 의장 등 의원 11명은 지난달 21일 6박8일 일정으로 캐나다를 다녀왔다. 같은 날 운영위원회 서재령(58) 위원장과 김진섭(59·경제도시위) 의원도 6박7일간 중국을 보고 왔다. 이들과 별개로 이달 23일 이성순(56·기획행정위) 의원 등 9명은 일주일간 프랑스·벨기에·영국으로 떠난다. 김철희(50·기획행정위) 의원은 지난달 28일 나 홀로 베트남을 갈 예정이었지만 건강상 이유로 취소했다.

 달서구의회는 4개 팀으로 의원들끼리 편을 갈라 해외 연수를 계획했다. 경비는 전액이 주민 세금(4280만원)이다. 편이 갈라진 연수는 의원들 간 감정 다툼 때문이다. 달서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의장 선거 직후 의원들 간 감정의 골이 파였다고 한다. 현 의장을 지지한 의원과 그렇지 않은 의원 간에 사이가 나빠져 서로 다른 여행지를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은 어느 편에도 서기 싫다며 또 다른 여행지를 고르면서 4개 팀으로 각기 다른 연수 대상지가 정해졌다.

 프로그램도 연수와는 거리가 있다. 캐나다 연수는 문화탐방이란 이름 아래 횡단철도 종착지와 차이나타운이 있는 밴쿠버 시내 탐방, 밴프국립공원, 보우폭포 탐방 등 관광지로 상당수 채워져 있다. 중국 연수 역시 위하이 해전박물관과 양미도 섬 탐방 등 관광지가 다수다. 유럽은 런던 윈저성 관람을 시작으로 버킹엄 궁전 런던아이, 파리 에펠탑 등 관광지 일색이다.

 기초의회의 해외연수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 ‘기초의회 공무국외여행 규칙’에 따라 매년 한 차례 해외를 다녀올 수 있다. 선진지를 찾아 지방자치와 문화·복지·도시기반시설을 체험,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있어서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정책국장은 “현장 토론 등을 위해 통상 한 나라로 한꺼번에 연수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달서구의회의 연수는 관광성이라는 점도 지탄받을 수 있지만 의원들 간 문제로 편을 갈랐다는 점에서 더욱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남북한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해외연수를 떠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 동구의회는 지난달 예정된 연수를 취소했다. 안보위기 상황에 외국행은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에 대해 김철규 달서구의회 의장은 “안보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올 1월 미리 짜인 연수여서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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