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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복되지 않는 장애는 없다” 신념으로 20년간 장애인 위해 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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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사회복지사로는 최고 영예라 할 수 있는 ‘한맥사회복지대상’을 수상한 이영미 ‘성모즐거운집’ 원장. 조영회 기자

이영미 ‘성모즐거운집’ 원장이 최근 한맥사회복지대상(인권부문, 이하 한맥대상)을 수상했다. 한맥대상은 전국 57만 사회복지사를 위로하기 위해 2007년 제정된 상이다. 이 원장은 20년 동안 장애인 인권과 자활을 위해 애써왔다. 5일 아산시 영인면 ‘성모즐거운집’에서 그를 만났다. 이 원장은 “혼자 한 일이 아니다. 많은 동료와 자원봉사자가 함께 한 일이다. 감동과 희망을 주는 사회복지사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수상을 축하한다.

“상을 받고 한 동안 부담이 컸다. 공적 내용 대부분이 석촌재단 이사장님과 수 많은 자원봉사자, 직원들이 함께 한 일이었다. 나는 그 중 하나일 뿐이다. 정작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 힘들었다. 그런데 한맥대상을 제정한 류시문 한맥도시개발㈜ 회장의 축하 편지를 받고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전국에서 소리 없이 헌신하고 있는 57만 사회복지사를 위로하는 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맥대상은 어떤 상인가.

“한맥도시개발㈜ 류회장이 한국사회복지사협의회 운영위원을 역임하면서 2억원을 출연, 2007년 4월22일 제정한 상이다. 15년 이상 현장활동 경력을 쌓은 사회복지사를 대상으로 업적평가와 공로심사를 통해 매년 시상한다. 장애인복지·아동청소년복지·노인여성지역사회복지·사회복지인권일반부문에서 4명을 뽑는다.”

-석촌재단(石村財團)은 어떤 재단인가.

“1995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지적장애인 거주시설로 ‘성모복지원’, 직업재활시설 ‘성모신나는일터’, 중증장애인 요양시설 ‘성모즐거운집’ 등 3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성모복지원에 80명, 성모즐거운집에는 30여명이 함께 살고 있다. 자립생활이 가능해 아파트에서 공동생활하고 있는 지적장애인도 10명 있다. 재단 설립자는 평소 자신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 ‘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라’는 설립가치를 묵묵히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다.”

-‘석촌재단’과의 인연은.

“1993년부터 사회복지법인 어린이 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해왔다. 그러던 중 성모복지원을 알게 됐고 매주 자원봉사자로 찾아가 일손을 도왔다. 2001년 성모복지원으로부터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그해 입사했다. 2008년부터는 같은 석촌재단이 운영하는 ‘성모즐거운집’ 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다.”

-어떤 일을 맡아왔나.

“주어진 일이 따로 있지만 하는 일이 따로 있지는 않다. 장애인거주시설은 언제나 일손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돌봐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장애인들에게 돌아가는 사랑이 커지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를 모으는 일부터,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일, 자활을 위한 각종 교육활동 등 닥치는 대로 무슨 일이든 해야 했다.”

 

-전국 장애인 거주시설 평가에서 충남 1위를 했다고 들었다.

“2006년 일이다. 충남 1위 시설로 평가되면서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시설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은 일반 시설과 달라야 한다. 장애 특성과 유형에 맞게 모형을 개발해야 했다. 단순히 지적장애인을 수용하는 시설이 아니라 ‘우리 집’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입소자가 아니라 가족이 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뜻을 같이 해준 많은 후원자들이 설비와 물품을 후원해 생각했던 대로 모양을 갖출 수 있었다.”

-매년 비장애인과 함께 하는 음악회도 연다고 들었다.

“‘장애아동과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음악 이야기’라는 음악회를 7년째 열고 있다. 한번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다음은 후원자와, 또 한번은 부모님과 음악회를 열다 보니 7번이나 하게 됐다. 첫 공연은 장날 시장에서 열었다. 세련되지 않은 음악회였지만 큰 감동을 받았다. 무대에 서기까지 지적장애인은 물론 지도교사도 많은 땀을 흘린다. 그러나 모두 힘들어 하지 않는다.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지난 20년 동안 가장 소중한 경험이 있다면.

“지난 시간을 돌아 보면 내가 준 것 보다 많은 것을 받고 깨달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그동안 지속적으로 찾아와 지적장애인의 외출을 도와주고 목욕도 시켜주고, 소풍도 가주는 자원봉사자들이 많았다. 이들은 우리에게 더 없는 고마움을 안겨줬다. 자원봉사자들은 우리 같은 사회복지사들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용기와 힘을 주는 소중한 존재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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