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롤모델 대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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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8일 서거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롤모델로 삼아온 정치인 중 하나가 바로 박근혜(사진)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선 경선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외에서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대처 전 총리를 꼽았다. ‘대처리즘’을 자신의 선거 메시지로도 사용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1월 경선 캠프 개소식에서 “이대로는 못 살겠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전국에 울리고 있다”며 “영국의 대처 총리가 영국병을 치유해 새로운 도약을 이룩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중병을 고쳐 놓겠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닮은 점도 많다. 최초의 여성 국가지도자라는 점 외에 여성 출신 보수당 당수란 점이 그렇다. 대처 전 총리가 1975년 영국 최초로 여성 보수당 당수를 지낸 것처럼 박 대통령 역시 프랑스 유학 도중 세상을 떠난 육영수 여사의 뒤를 이어 22세의 나이에 퍼스트레이디가 됐고, 2004년에는 한나라당의 첫 여성 대표로 선출돼 당을 존폐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게다가 두 사람은 모두 이공계 출신이다. 박 대통령은 전자공학을, 대처 전 총리는 화학을 전공했다. 무엇보다 정치 스타일이 비슷해 원칙을 바탕으로 한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박 대통령이 왼쪽 가슴 위에 단 브로치가 대처 전 총리의 패션 스타일과 닮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청와대 참모들 가운데 이정현 정무수석은 평소 대처 관련 서적을 탐독해 비서진에게 대처의 리더십을 자주 전파해 왔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처가 총리일 당시 영국에선 어린 아이들이 ‘엄마, 우리나라에서도 남자가 총리가 될 수 있어?’라고 물었다고 한다”며 “대처 전 총리의 재임 기간이 13년이나 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일을 잘했으니까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3년 뒤엔 아이들이 ‘우리나라에서 남자도 대통령 될 수 있어?’라고 물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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