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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금리의 규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은행은 현행 금리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조정하여 오는 7월부터 실시한다는 전제아래 금리재조정방안을 마련하고 있다한다.
보도에 따르면 역금리체계를 시정시키고 다기화한 금리체계를 단순화하여 국제은행대출금리를 상향조정한다는 원칙은 거의 굳히고 있으나 역금리를 시정하는 방법만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단계라 한다. 때문에 한은은 역금리 시정방법을 복수안으로 작성하여 ① 예금금리를 인하시켜 역금리를 시정시키는 안 ②예금금리를 일부 인하하고 대출금리는 상향조정하는 방안 ③ 대출금리만 인상시키는 방안 등이 갖는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단일안을 만들 예정으로 있다한다.
현행 금리체계는 1백여종에 달하여 금리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금리체계를 단순화시켜야 하겠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하겠으나, 여수신금리를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종합적인 경제정책의 테두리에서 연역되어야 할 것임을 본란은 누누이 지적한 바 있다.
역금리 제정이 단순히 일반은행의 수지상황을 개선시킨다는 안목에서 다루어지는 경우 경제정책간에 조화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라 하겠다. 따라서 금리재조정은 앞으로 경제를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으며, 현재의 기업계가 어느 정도의 금리부담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금리 제조정으로 미칠 파급효과는 어느 정도인가에 대하여 면밀한 검토가 있고 나서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흔히 기업은 고리사채를 쓰고도 운영되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낮은 은행금리를 높이더라도, 대금공급량만 늘려주면 기업의 금리부담은 오히려 낮아진다는 주장을 들을 수 있는 것이며 한국은행도 그러한 선입견을 가지고 금리재조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윤 상으로 보아 기업은 간접비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는 한 적자를 보아도 폐업하느니보다 가동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므로 고리 사채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다고 하여 금리부담능력이 높다고 보는 것은 분명한 착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다음으로 비록 보다 많은 기업이 현재보다 높은 금리를 부담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대출금리를 인상시키는 이유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금리인상으로 가령 10%의 기업이 가동을 멈추거나 판매가격을 인상시킨다고 가정하는 경우, 경제적으로 그것이 유리한 것이냐 하는 점도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과연 대출금리를 인상시키고 그 대신 대금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있는 가도 문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외환부문에서 계속 창조되는 막대한 통화를 앞으로도 금융에서 환수시켜야 할 것이 거의 틀림없는 것이라면 여신확대로 기업의 금리부담을 낮춘다는 것도 한낱 잠꼬대에 불과할 것이다.
넷째 금리정책을 내자동원에 두고 있다는 것도 「넌센스」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저축이 금리보다 소득수준이나 그 증가율에 따라 좌우된다는 이론은 고사하고라도 금융 이윤상으로 보아 금리정책은 투자신호정책이지 자금집중정책이 아닌 것이다. 금리현실화 후에 늘었다는 저축이 과연 진정한 저축이냐 할 때 수긍되지 않는 점이 허다하다. 그 자원은 거의 전부가 차관도입에 따른 명목저축에 불과한 것이며, 그 때문에 동원되었다는 자금도 속결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을 냉정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몇 가지 문제점에 비추어볼 때 현행 역금리 체계의 제정은 금융기관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으며, 이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최고금리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최저금리를 규제해야할 것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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