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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요법 실험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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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대 교수회관에서는 요즘 「영상요법 실험전」이라는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불상사진 1백50여 점과 산길·갈대·개울 등을 찍은 「칼라」사진 30여 점이 전시품목. 그러나 사진전은 아니다. 서울의대 정신신경과 의사 김종해(37)씨가 주최하는 이 전시회는 『불상의 「이미지」(영상)에 의해 「왜곡된 심상(예 정신병 등)을 해소시킬 수는 없을까?』하는 가설의 한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해씨의 설명을 따르면 『어릴 때 각인된 몹시도 환상적이고 왜곡된 심상은 그가 성장하는 동안 줄곧 자성(셀프·리얼라이레이션)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강박관념으로 남게 된다』고 한다. 가령 어릴 때 「히스테리」의 부모를 체험하게 되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강박관념은 성장과정 중에 어느 시기에든 폭발하게되며 그때에는 「인생 노이로제」(Identity Diffusion)환자가 된다. 조울증, 소외감, 고립감 등이 그런 증상이다. 이런 환자에게 강력하고도 인상적이며 효과적인 「이미지」를 투영하면 그 잘못된 심상을 밀어내고 씻어줄 수 있다.
불상은 바로 그 시대의 지고·지선한 인간상의 가장 이상적인 발현이다. 이「이미지」를 김종해씨는 「원영」(우르·이마고)이라고 말한다.
이「원영」을 응축해서 회화적으로 표현하면, 강력한 효과를 갖는 「영상」 이 될 것이라고 그는 믿는다. 불교에서 말하는 현성요법과도 상통한다.
김씨는 전국에 산재한 불상을 50여 일이나 걸려 일일이 순례하고 그것을 「필름」에 수록했다. 포착된 「이미지」는 무려 1천5백30여 점. 이 가운데 주로 신라불상을 중심으로 1백50 여종을 추려 이번 실험전에 「오브레」로 삼았다. 신라불을 택한 것은 『그때(통일시대)의 국민성은 가장 활발하고 쾌활하며 기상이 높기 때문』이라고 김씨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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