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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치시대에의 복고|일본문화의 동향 - 김정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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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김정학 교수(성대·인류고고학)는 지난해 11월부터 금년 2월까지 일본 구주대학과 불란서 「체르뉘스키」박물관이 공동으로 실시한 일본 「가라쓰」지방발굴작업에 참가하고 귀국했다. <편집자주>
일본은 제2차 대전이 끝난 사회적 사상적으로 커다란 격동을 겪어온 것은 다 아는바와 같다. 하나는 패전으로 인하여 민중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군국주의에 대한 반발이요, 다른 하나는 역시 일본사회에 역사적으로 뿌리깊게 박혀있던 봉건적 신분 사회적 사고에 대한 반항이다. 이 두 가지는 말하자면 일본적인 것에 대한 반감으로 이끌어져 서양적 문화, 서양적 생활에 대한 강렬한 욕구로 나타났다. 그리하여 오늘날 일본인의 회화며 일상 생활도구에 이르기까지 영어나 「프랑스」 말의 범람을 볼 수 있다.
전후 일본의 산업은 급격한 발달을 보여 다 아는 바와 같이 오늘날 세계에서 몇 째 가는 생산고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하여 일본도 다른 나라들과 같이 무역의 자유화정책을 쓰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으며 따라서 일본에는 외국자본과 외국상품이 물밀 듯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산업상의 현상은 또한 일본인의 생활에 있어서의 세계화의 경향을 더욱 조장하게 되었다.
서양의 고대미술이나 「오리지널」의 작품 전시회도 자주 열린다. 이러한 작품은 대개 구미에서 빌어온 것인데 원체 세계적인 것이어서 빌어오는데 보험료만 하여도 어마어마한 돈이 든다고 한다.
출판물은 그 나라 문화의 하나의 「바로미터」라고 한다. 일본의 출판물의 양은 분명히 하나의 경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그 출판물의 내용은 수준이 높은 것이 아니다. 문학작품이나 오락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다시 말하면 대중문화의 보급이 일본문화의 특색을 이루고 있다. 물론 일본의 잡지들은 대부분이 저속한 것이다. 「섹스」의 홍수, 사생활의 「스캔들」, 탐정소설의 「드릴」 등이 대부분의 주간잡지의 「페이지」를 메우고 있다.
위에서 일본문화에 있어서의 세계화의 경향이라는 것을 지적한 일이 있으나 최근에는 이에 대한 반동과 반성이 차츰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내년이 명치 1백년 이라고 하여 명치시대를 찬양하는 기운이 생기고 있다.
「오사라기·지로」(대불차랑)는 조일 신문에 「천황의 세기」라는 장편을 싣고있고, 「텔리비젼」에서도 명치시대를 취급한 영화가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또 작년에는 일본정부가 기원절을 부활하려고 하여 많은 물의를 일으켰으며, 그 날짜를 제국주의 시대와 같은 날짜인 2월 10일로 정하여서 기원절 부활의 의도를 단적으로 나타내었다. 2월 10일이라는 것은 다 아는 바와 같이 신화적인 일본 건국에 관한 허망한 날짜인 것이다. 이러한 신화적인 역사관은 일본의 제국주의·군국주의의 사상적 밑받침이 되었던 것이다.
앞에서 말한바있는 신분 사회적인 계급관념에 대한 반발은 민중 속에 상당히 널리 침투되고 있는 듯하다. 일본은 다 아는바와 같이 역사적으로 신분 사회적인 관념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나라인데, 이것이 전후부터 정치적 사회적으로 여러 점에 있어서 반발·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은 금후도 점진적으로 일본사회에 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일본사회의 민주화의 과정이라고 할 것이다.
일본사회는 격동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 세대와 전후의 새 세대와의 현격한 차이이다. 구세대의 일부 복고조가 있기는 하나 새 세대는 분명히 과거의 도국적인 기질에서 탈피하여 가고 있다. 최근에 「텔리비젼」 같은 데서도 시대극과 같은 영화가 늘어가고 있지만, 새 세대는 분명히 군국주의에는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은 오늘날 서양의 어떤 과학기술도 재빨리 받아들여 이용하고 있다. 말하자면 아직도 모방문화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문화의 방향이라는 것을 뚜렷이 붙잡지 못하고 있다. 물질적 반영을 뒷받침할만한 정신적 지주를 가지고있지 못하다고 할까, 이점에 일본의 고민이 있다고 하겠다. 물질적 번영에 따라 여러 가지 새로운 범죄와 경박한 풍조가 또한 늘어가고 있는 것은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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