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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김정은 물러나야” 사이버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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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나니머스(anonymous)’가 4일 북한과 사이버전쟁을 선포하며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 보도자료. ‘북한 작전(Operation North Korea)’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3분 7초 분량으로 제작됐다. 어나니머스의 상징인 ‘가이포크스’ 가면을 쓴 남성이 “북한은 핵무기 제조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처]

해킹 집단 ‘어나니머스’의 대북 인터넷 사이트 공격이 점차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어나니머스는 4일 북한의 대표적인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uriminzokkiri.com)’를 해킹해 회원 정보 9001건을 공개 유포한 뒤 조선노동당 산하 기구인 ‘반제민주민족전선’과 김일성 방송대 홈페이지인 ‘우리민족강당’을 잇따라 해킹했다. 이 두 사이트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얼굴에 저팔계가 합성된 사진이 메인 홈페이지에 띄워졌다. 어나니머스는 유튜브 공식 계정을 통해 북한과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는 동영상 보도자료도 공개했다. ‘북한 작전(Operation North Korea)’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3분 7초의 분량으로 제작됐다. 이 영상에서 어나니머스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남성은 “북한은 핵실험 등 위협을 멈춰야 한다. 김정은도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 가면을 쓴 남자는 독재국가에 홀로 맞서 싸우는 의적을 다룬 미국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을 모델로 하고 있다.

 어나니머스는 북한 관련 정보에 대한 무차별 유포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이날 텍스트파일 공유 사이트인 ‘페이스트빈’에 북한의 팩스번호 187개를 공개했다. 북한대학원대학 양무진 교수는 “일련의 해킹 공격들과 그 수위로 볼 때 어나니머스의 대북 사이버 테러는 이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어나니머스의 공격은 그들의 전략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어나니머스는 우리민족끼리 회원 계정 9001개를 공개하기에 앞서 지난 2일 이 사이트의 회원 계정 1만5000개를 빼왔다고 주장했다. 6월 25일 북한의 모든 정부 사이트를 마비시키겠다는 트위터 글도 올렸다.

 이 때문에 어나니머스의 대북 사이버 테러는 최종적으로 북한 내부 전산망을 노리고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어나니머스의 해킹이 북한이 외부에 서버를 두고 있는 대북 선전 사이트에 집중됐지만 이는 북한 내부망에 연결된 정부 사이트 등을 공격하기 위한 교두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북한이 운영 가능한 인터넷 사이트는 최대 1024개 정도로 파악된다. 북한 내부에서는 1300여 개 기관이 인트라넷 ‘광명’을 인터넷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대 임종인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오랜 시간 내부망을 외부망과 격리해 왔지만 해킹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준비됐다면 뚫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나니머스는 2011년 미국과 영국의 정부 관계 기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국제기구를 잇따라 해킹한 전력이 있다.

 한편 이번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어나니머스의 일원(@Anonsj)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어나니머스가 북한 내부망을 공격할 만한 조건을 이미 갖췄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망 공격을 사전 시도하진 않았지만 여러 방면의 공격 방법을 준비했다”며 사이버 공격을 예고한 6월 25일 이전에도 추가 해킹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이미 경고를 마쳤기 때문에 그사이 북한이 도발 행위를 하면 추가 해킹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려 중인 공격 대상으로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rodong.rep.kp)과 조선중앙통신(kcna.kp), ‘조선의 소리’ 방송(vok.rep.kr), 라디오방송 평양방송(gnu.rep.kp)의 홈페이지 등을 꼽았다.

윤호진·이정봉·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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