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도’ 조세형 75세 좀도둑 전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도’로 불렸던 조세형씨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뉴시스]

1970~80년대 부유층 저택만을 골라 털어 ‘대도(大盜)’로 불렸던 조세형(75)이 또다시 빈집을 털다 경찰에 붙잡혔다. 조씨는 이미 특수절도 등 전과 10범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초동의 한 빌라에 3일 오후 9시쯤 무단 침입해 롤렉스 시계와 금반지 등 귀금속 5000여만원어치를 훔친 혐의(특가법상 상습절도)로 조씨를 현장에서 붙잡았다고 4일 밝혔다. 조씨는 경찰에서 “전처가 새출발하라고 준 3000만원으로 선교사무실을 차리려다 무속인한테 사기를 당했고, 사무실을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커 나도 모르게 범행을 저질렀다”며 우발적 범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범행 현장에선 조씨가 미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사다리와 유리창을 깨는 데 이용한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 등이 발견됐다. 서초서 정지일 형사1팀장은 “정황상 계획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씨의 별명은 ‘대도’였다. 그는 30~40대 시절 부유층 집을 골라 털었다. 훔친 돈의 일부를 노숙자나 빈민 등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현대판 홍길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부잣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 값비싼 물건들이 많아 눈이 휘둥그레졌다. 불쌍한 사람들과 나눠 쓰는 게 공평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982년 경찰에 첫 검거될 당시 그의 집에선 5캐럿이 넘는 물방울 다이아몬드가 발견돼 ‘누가 주인인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씨는 이듬해 재판이 진행되던 중 탈주했다가 붙잡혀 교도소에서 15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는 출소 후 종교인으로 변신해 선교활동을 시작했다. 이때 만난 여성과 재혼해 새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조씨는 당시 절도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한 경비업체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2001년 일본 도쿄에서 다시 절도행각을 벌이다 체포돼 일본에서 3년6개월을 복역했다. 조씨는 귀국한 뒤에도 ‘도벽’을 멈추지 못했다. 2005년에는 서울 마포구의 치과의사 집을 털다가, 2009년에는 경기도 부천의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치다 붙잡혔다. 한때 신출귀몰한 절도기술로 유명했던 ‘대도’ 조세형은 이제 현장에서 바로 붙잡히는 ‘좀도둑’ 신세로 전락했다.

윤호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