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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전남 고흥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벌교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전설이 깃들인 선 근교를 건너 남쪽 갈림길에 들어서면 뽀얀 황토길이 낮은 구릉과 갯벌사이를 뚫고 뻗어있다. 1백91개의 섬(유인도 28·무인도 1백22·암초 31)을 좁쌀처럼 흐트러 놓은 곳이다.
오랫동안 태고의 정적 속에 잠들어 잇는 듯 했던 이 고장은 5·16혁명을 깃점으로 지금 한창 간척 「붐」이 일어나 바다를 메우고 있다.
모두 93개소의 간척사업장의 공사가 끝나면 1만1백여 정보의 땅을 얻게되어 군의 판도가 바뀔 판.
66년까지 44개소의 간척사업장에서 3백여 정보를 매립했고, 지난 65년 8월에 착공한 해창만 일대 2천7백47정보 매립공사는 자조근로사업으로는 국내에서 첫손 꼽히는 최대규모라고.
그래서인지 「버스」를 타고 군도를 달리노라면 갯벌이 보이는 곳마다 공사판이 벌어져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군 당국은 관내의 모든 간척공사가 완료되면 농토가 50%나 더 늘고 미곡생산량도 연간 7만「톤」으로 늘어나 자급자족하고도 남는다고 자랑을 했다. 또 이 고장은 김(해태) 생산에 있어서도 전국에서 완도 다음의 두 번째.
금산·녹동·풍화 등 어협에서 연간 1백80여만속을 생산, 그 50%를 일본 등 해외에 수출한다. 속당 3백원씩 쳐도 5억4천여 만원. 앞으로 연간 생산량을 5백만속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그리고 입지적 조건이 주는 해양성 내륙기후와 알맞는 토질로 밀감 재배도 예외일수는 없다.
지난해부터 관내 금산면에 밀감단지를 조성했다. 이곳에 지난해 2만여 그루를 심었고 금년에는 5만여 그루를 심어 10년 뒤에는 10만 그루를 확보, 연간 7천5백「톤」을 수확, 7억5천만원의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 당국의 알찬 계획이다.
지난해에 어업전진 기지로 확정되어 지금 1차년도 공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마로도는 삼치, 새우, 병어, 준치, 장어 등의 주어장. 급유, 제빙냉동, 냉장시설을 비롯, 선착장, 방파제 등 6천만원 규모의 시설을 갖추어 4년 후에는 연안어장의 중심지가 될 꿈을 안고 있다.
군 서남단에 있는 국립소록도 병원은 지금부터 51년전에 세운 국내최대의 나환자요양소. 5천여명의 환자가 수용되고 있어 유명하지만 또한 국내에서 가장 작은 규모로 건평 2백36평의 교도소가 있어 이색적이다.
이 고장은 열사와 석학들도 많이 배출되어 기미독립운동때 활약, 일제의 7년 중형을 받고 쓰러진 목홍석 선생을 비롯, 오석주·신의구 선생 등의 얘기는 지금도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군 당국은 군개발 1차년도 계획을 마련, 농업의 협업화·수산개발·문화농어촌건설·벽지 낙도개발 등 7대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총3억9천여만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제 고흥군은 한낱 귀빠진 곳에 외롭게 서있는 반도가 아니다. 바다에서 뭍에서 도약의 거보를 내디뎌 「가나안」복지를 향해 줄달음치고 있는 것이다. 【고흥=황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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