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송기 참사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8일 상오 여의도 비행장에서 이륙했던 공군 C46수송기가 서울 청구동 판잣집 촌에 추락 탑승자전원과 부근 주민 등 도합 56명의 인명을 잃게 한 사건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정예를 자랑하던 공군으로서도 이번 춘사는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전문되는 바에 의하면 C46 수송기의 추락사고는 공군사상 이번에 세 번째이라 한다. 그러나 그 피해의 도가 전의 두 번의 경우는 도저히 이번에 비견될 것이 못 된다. 따라서 주말의 이 일대불상사는 근래에 없는 큰 충격이었다.
더욱이 사고발생 시간이 상오 11시 45분께 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때마침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던 까닭에 낮품팔이를 하던 많은 성인들이 그 가족과 함께 그런 변을 당하였다 하니 우리의 가슴은 한층 뭉클해진다. 봄비가 없었던들 일가몰사의 참변은 피해졌을 것인즉 우리는 인생의 덧없음에 새삼 회한이 깊어진다.
다행히 서울시 당국이나 공군당국 등이 이번 참변에 부딪쳐 민첩하게 그 긴급구조 작업에 나섰고, 보상금 지급 등 사후 대책에 있어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양이니, 우선 마음은 놓으나 이번 사고는 몇 가지 기본적인 문젯점을 우리에게 제기하고 있는 것 같다.
첫째, 이번에 추락한 C46 공군수송기는 지금으로부터 13년전인 54년에 우리측이 미국으로부터 인수한 것이라 한다. 따라서 어지간히 노후한 기체인 것 임에 틀림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이 기종은 현재 그 부속품마저 구득하기가 지난한 형편이라 한다. 따라서 그 정비문제에 있어서도 애로가 많았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그렇다해서 공군자체의 사고책임이 면해진다곤 할 수 없으나, 한편 생각해 보면 그런 낡은 비행기가 지금까지 자주 사고를 일으키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이상했던 게 아닌가 싶어진다. 더욱이 인명을 최우선적으로 존중하는 미측이 어찌하여 그런 현실에 눈을 감고만 있었던가에 상도할 때, 우리는 국군장비 현대화문제가 입으로만 운위될 것이 아니라 급속하게 행동으로써 실천돼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둘째, 이번 사고가 엄청난 규모로 된 데에는 무허가 판잣집이 밀집해 있었다는 것과, 거기에 소방도로 같은 것이 또한 외면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큰 원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길이라야 두 사람이 억지로 비켜 다닐 수 있는 것이 있을 뿐이고 소방차가 설 수 있는 자리는 현장에서 5백「미터」 아래쪽밖에 없었다 하니 인명·재산의 피해가 늘어난 것은 당연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점, 근본적인 대책이 서둘러 강구되어야 하겠다. 끝으로 당국은 총력을 다해서 희생된 장병·주민 및 유족들에 대한 장례·구호·보상조처를 신중하게 베풀 것을 요망한다. 특히 공군당국은 이번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다시는 전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군사요원과 시민이 졸지에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책임있는 조처를 다하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