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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12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문교부는 2월이 추우냐, 12월이 추우냐를 조사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을 보면 2월이 더 춥다. 서울의 경우 2월의 평균기온은 영하 1·9도(C), 12월은 영하 1·2도(C). 추풍령도 부산도 제주도도 모두 2월의 평균기온이 조금씩 낮다. 영하 1·2도C와 영하 1·9도C가 과연 피부로 느끼기에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따뜻한 봄볕 속에선 잘 연상되지 않는다. 영하 0·7도C만큼 서울의 2월은 12월보다 춥다고 말하면, 그저 「영하」라는 느낌만 강조될 뿐이다.
아뭏든 문교부는 그래서 확정을 짓고 말았단다. 중·고교 입시는 12월 초순(전기)과 중순(후기)에 치르기로 한다고. 그러고 보면 문교부는 산적한 문제들을 밀어두고 공연한 일거리로 수선을 부렸나보다. 입시는 예년대로 한다 하면 될 것을 말이다. 그까짓 2월과 12월, 어느 달이 더 추우냐를 몰라서 망설였다면 국정교과서를 펴 내는 문교부의 위신 문제가 아닌가.
평균기온이 영상 5도(C)인 부산은 그런대로 따뜻하다 쳐도, 얼음이 꽁꽁 어는 서울의 경우, 교실마다 난로가 활활 피어서 적도 20도(C)를 유지할 지 궁금하다. 또 모른다. 입시과목중의 하나로 「추위단련」이 있다면 말이다. 「스팀·히팅」이 있는 학교가 과연 수도서울에 몇이나 있는지도 궁금하다. 아니, 보리차라도 따뜻이 끓여 놓고 12살 아이들의 몸을 녹여주는 학교가 정말 몇 군데나 있었는지 궁금하다.
문교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각급 학교는 입시장의 실내온도를 20도C로 유지할 것』, 『교실마다 섭씨 37도C의 보리차를 준비할 것』 등을 『강력·엄중 시달』 하겠으며 그것을 어기면 「의법」처단하겠다. 「의법」이라 했지만 그럴만한 「법」은 현재 없다.
「입시지옥」을 해소시키는 길은 「일류교」제의 폐단을 없앤다는 등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추운 교실에서, 조그만 손을 호호 불며 달달 떨게 하는 입시의 계절에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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