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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군소정당 - 윤근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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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6면

선거의 시기가 가까워 옴에 따라 우리가 그 동안 사라져 가야하고 또한 사라져 갔다고 착각했던 너무도 많은 옛날의 낡은 정치인들의 이름과 이름들이 「정당」이라는 간판 밑에 부각되어 눈과 귀를 스쳐가고 있다. 그 동안 건망증에 의하여 잊었던 수동적인 수탈적 권력질서가 아직도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포말 정당이란 지탄도>
그리하여 선거시기를 계기로 한 군소정당의 대두는 선거를 노리는 「정상배」의 모임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군소정당의 난립은 결사의 자유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선거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민주적인 발전을 위한 징표의 하나라고 주장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 있어서의 정당의 기능이 무엇인가 하는 정당론의 기본적 지식에서 본다 하더라도 그러한 군소 정당의 대두는 환영할 것이 못되며 이 사회의 민주화에 대한 하나의 저해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은 너무도 뻔한 일이다. 정당은 적어도 국민대중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파이프」적인 기능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대중을 기반으로 하는 조직이 필요하고 국민의 의사를 집약화 할 수 있는 정강정책의 제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군소정당의 사회적 기반은 뚜렷하지가 않다. 따라서 그 정당들은 이념이나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당이 아니라 어느 정파에서 탈락되어 공천만을 얻기 위한 인물의 모임 또는 자신의 명예욕이나 권력에의 의지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포말정당이라는 사회의 지탄을 면하기 어렵다. 즉 서구적인 의미에 있어서의 압력단체가 아닌 일종의 특수한 한국적인 압력단체가 되고자 하는 인간집단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의 욕구불만 이용>
이러한 군소정당의 난립은 결과적으로 선거의 쟁점을 사회적 현실 속에 숨어있는 객관적인 제사실과 그 사실로부터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와는 동떨어진 차원으로 옮기어 국민대중의 욕구불만을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수탈하는 결과가 되고 말 위험성을 결과시킬 가능성을 다분히 지니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군소정당의 존립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정당들의 성격에 있는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일부론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군소 정당난립의 시원적 원인이 무소속 출마를 금지한 헌법의 모순이 빚어낸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포말 정당의 난립이 무소속 출마의 금지조항을 폐지한다해서 완전히 없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은 못된다.
지난날의 우리 헌정사의 발자취가 이를 반증하여 주는 것이다. 헌법이론에 의하여 무소속출마금지의 폐지를 주장하면서도 군소 정당의 난립을 반대하는 그러한 주장은 그의 정당정치의 구현을 주장하는 그 자신의 이론과 더불어 논리상 모순 하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에 있어서 무소속 출마의 금지조항을 폐지해야 할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기성정당과는 상이한 이념과 정책을 추구하는 정치인이 대두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그것은 헌법이론에 넘어 현실 사회학적인 문제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성격이 문제>
따라서 군소정당 난립의 문제는 무소속 출마를 금지한 헌법의 모순이라는 헌법이론 자체에 의해서 논의될 문제라기보다는 현실 사회학적인 견지에서 선거를 계기로 하여 우후죽순 격으로 난립한 군소정당 자체의 성격과 이러한 정당 아닌 정당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사회적 성격이 문제되어야 할 것이다. 즉 과연 이러한 정당들이 국민의 부분적인 이해관계를 정치에 반영하는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가졌는가? 그리고 이러한 정당들의 당 운영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문제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들이 교두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이러한 조직의 결핍은 그들로 하여금 과두적인 특권적 지위에 대한 향수로부터 나오는 인간집단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래로부터」조직화된 이익집단이 거의 존재치 않고 있다는 사회구조적인 제약성이 이러한 「한국적인 정치적 압력단체」의 대두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해석된다.
민주주의는 다원적인 사회구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며 따라서 다원적인 가치의 존재를 시인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민주주의 이론은 양당제도가 아니라 양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정책에 흡수될 수 없는 이념이나 정책으로서 표시되어야 할 부분적인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정당의 존립가능성을 시인한다.

<부분적 이해 대변해야>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그러한 군소 정당은 그러한 이념과 정책에 의해서 표시되는 부분적인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사회적 기반을 가져야 하며 그러한 부분적인 이해관계를 집약화할 수 있는 조직을 가졌을 때 그 정당은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하여 뜻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새로 성립한 군소정당의 대부분은 기성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정책과 본질적으로 상이한 이념과 정책을 목적으로 하는 혁신적인 정당도 아니며, 그러한 이념이나 그 이념으로부터 도출되는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정강·정책도 또한 그를 지지하는 조직화된 사회적 기반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그 특징이라 하겠다. 따라서 군소정당의 존립 그 자체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적 성격이 문제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 있어서는 여하히 사회의 기본적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포말 정당으로서의 군소정당의 난립은 이러한 과정을 지연시키는 존재가 될 위험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적어도 정치가 현상을 유지하려는 복고주의적 세력과 현상으로부터 사회적 개혁을 시도하는 세력간의 정책대결에 의해서 이루어질 때 민주적인 변증법적 발전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대·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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