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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유세와 인신공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화·신민 양당은 지금 제1차 선거유세를 벌이고 있는데 이 유세활동에서 우리는 다음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그 첫째는 연사들이 열을 올려 흥분을 억제 못하고 있는데 반해서 청중이 아주 조용하고 냉정한 태도를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요, 그 둘째는 양당이 저마다 상대방 입후보에 대해 야비한 인신공격을 함으로써 선거전을 추잡한 싸움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연설을 듣는 청중이 냉정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 유권대중의 정치적인 성숙도를 알려주는 것으로써 마땅히 환영되어야 할 현상이다. 그렇지만 연사들이 흥분을 억제치 못하고 상대방 입후보에게 인신공격을 퍼붓는다는 것은 정책대결의 요구에 정면으로 어긋나고 정치도의를 어기는 처사로서 엄격하게 배척되어야 할 일인 것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인신공격의 내용을 보면 지난날의 입후보자의 정치경력은 물론, 그 출신성분이나 조상마저 헐뜯어 약점으로 간주되는 점을 들추어내고 이를 천박스러운 표현으로 야유하는 것이었다. 정치지도자는 시중의 일반사람과 마찬가지로 그 가계나 지난날의 경력, 그리고 사생활면에 있어서 남에게 자랑할만한 것도 있는 동시에 가급이면 남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원하는 사생활상의 내용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정치지도자로 입신하고 일당의 지도자로서 국가의 「톱·리더」자리를 겨루게 되었다는 것은 그들에게 그만한 「리더·쉽」이 있고, 또 그들이 지닌 지난날의 경력에 있어서 분명히 약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약점을 허다하게 지니고 있는 것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지도자를 초인간적인 것, 신에 가까운 것으로 이상화하는 낡은 버릇이 있다. 이 까닭으로 지도자가 이러한 이념상에서 다소라도 어긋나면 이를 심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그를 지도자의 자리에서 덮어놓고 격하시키려고 하는 폐단이 있다. 이런 그릇된 사고방식과 정치폐풍을 지도자를 받드는 정당이 앞장서서 시정해 나가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시정하기는 커녕 되도록 이를 악용코자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할 것이다.
대저 인신공격이란 정책상의 두뇌가 빈곤한 탓으로 정책상의 주장을 가지고서는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없는 자들이 사용하는 비열한 공격방법이다. 그리고 인신공격이 정치공방전에 심대한 해독을 미치는 까닭으로 한편에서 인신공격을 벌이기 시작하면 그보다 더 격심한 인신공격을 상대방이 벌임으로써 『더러운 싸움』을 더욱 더럽게 만들기 일쑤다. 정치싸움이란 엄밀히 따져서 일종의 필요악이라고 할 것인데 정치에 내포되어 있는 악의 요소를 다소라도 덮게 하기 위해서는 싸움의 당사자들이 상대방의 인격을 어디까지나 존중하면서 정정당당하게 주의와 주장을 가지고 대결하는 외에 딴 도리가 있을 수 없다.
선거가 지도자의 선택인 동시에 정책의 선택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각 당은 자당의 지도자의 인품을 소개함과 아울러, 자기네들의 정책상의 주장이 무엇인가를 국민에게 주지시키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요구는 충족하려고 하지 않고 추잡스러운 인신공격으로 상대방을 모함하려 든다는 것은 탈선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는 이 점 양당의 근본적인 반성을 강력하게 촉구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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