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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대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노는 것은 공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궤변을 농하느냐고 펄쩍 뛸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실상 잘 논다는 것은 공부 잘하는 일과 통한다. 친구들과 잘 어울려 재미있게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곧 가장 효과적인 학습의 제1보라고 교과서에도 써 있을 정도이다.
유치원생이나 국민학교 어린이들만이 그런 것이 아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 층의 학습과정에 있어서도 그것은 그대로 통하는 진리다. 사람들은 남과 어울려서 신나게 놀 때, 참으로 효과적인 학습과정에 놓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쟁놀이를 하거나, 만화책에서 본 활극을 신나게 연출하면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볼 때 이 사실은 명백하게 드러난다.
놀이를 할 때 사람들에게는 배우고자 하는 뚜렷한 동기가 주어지며, 이기기 위해 혹은 잘 놀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이 뒤따르며, 「룰」을 지키고 남들과 협동하려는 태도가 길러진다.
오늘날 각종 형태로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선진각국의 성인교육활동을 눈여겨보고 있노라면 특히 이 원리가 최고도로 활용되고 있음을 역력히 볼 수 있다. 일례를 들어, 영국 판 「시민대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각지의 시·군립 성인교육대학(Adult Education college)의 시설을 일별 하면 곧 알 수 있을 것이다. 구 귀족들의 저택·별장 등을 이용한 이 시민대학들은 첫째로 경치 좋은 환경, 호화로운 건물과 내부시설, 거기다가 수강생 전원이 먹고 놀고 잠자는 숙박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강습기간 전체가 말하자면 잘 놀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 같다.
지난 3일 서울의 시민회관에서는 서울시가 사상 최초로 마련한 「시민대학」강좌 제1기생 3백명에 대한 수료식이 베풀어 졌다고 한다. 한 걸음 앞서, 대전에서도 지난여름이래 동종의 「시민계절대학」강좌가 운영되어 이미 2천명의 수료생을 냈다고도 들린다.
바야흐로 이 나라에도 새로운 성인교육활동이 꽃을 피우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아 흐뭇한 마음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교육활동에 정작 중요한 것은 명사들을 초청한 강의의 나열이나 화사한 수료증서의 수여는 아닌 것이다. 좀더 잘 놀 수 있는 환경조성에까지 머리를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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