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젊어진 ‘가왕 조용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조용필이 데뷔 45주년을 맞았다. 새 앨범 ‘헬로’에서도 영원히 변하지 않는 ‘젊은 오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진은 2008년 데뷔 40주년 콘서트의 한 장면. 당시 전국 35만 명을 동원했다. [중앙포토]

‘가왕’ 조용필(63)이 부르는 건 더 이상 단순한 노래가 아니었다. 가사만 한국어일 뿐, 유럽의 한복판에서 틀어놔도 어울릴 법한 트렌디한 음악이었다.

 조용필이 10년 만에 내놓는 19집 앨범 ‘헬로(Hello)’의 실체가 드러났다. 조용필 소속사 YPC프로덕션은 2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헬로’에 수록될 10곡 전곡을 미리 들려주는 청음회를 열었다.

조용필 19집 앨범 ‘헬로’의 표지.

 첫 곡 ‘바운스’부터 범상치 않았다. 통통 튀는 통기타의 경쾌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맞춰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바운스’라 부르는 가왕의 노래는 요즘 가장 핫한 그룹인 버스커버스커가 부럽지 않을 만큼 젊은 감각을 뽐냈다.

 타이틀곡인 ‘헬로’는 강렬하게 끊어 치는 기타 사운드가 인상적인 브릿팝 스타일의 곡이었다. ‘헬로, 헬로, 헬로’를 반복하는 후렴구의 멜로디는 중독성이 강해 한 번만 듣고도 따라 부를 수 있었다. ‘헬로’에는 버벌진트가 랩 피처링에 참여했다.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로 시작되는 발라드 ‘걷고 싶다’, 헤어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노래하는 ‘말해볼까’ 등 2곡은 3번과 7번에 배치돼 앨범의 흐름을 조절해준다. 복고풍 디스코곡 느낌이 나는 ‘충전이 필요해’, 패션쇼의 캣워크에도 어울릴 법한 일렉트로닉 느낌의 ‘그리운 것은’ 등 신선한 곡들이 가득했다.

 19집 앨범 총 10곡 중 조용필이 작곡한 건 송호근 교수가 노랫말을 써 화제가 된 ‘어느 날 귀로에서’ 단 한 곡뿐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회한을 잔잔하게 그린 노래는 해질녘 집으로 향하는 가장의 무거운 발걸음을 선명히 그려주는 듯 하다. 그러면서도 축 늘어지거나 무겁지 않게 잘 매만졌다.

 이번 음반에는 국내외 작곡가와 세션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2012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엔지니어드 앨범 부문 후보에 오른 토니 마세라티가 믹싱을 맡았고, 세계적인 뮤지션과 작업한 영국 엔지니어 이안 쿠퍼가 마스터링을 맡았다.

 YPC프로덕션 조재성 실장은 “조용필씨가 여러 나라를 돌며 프로듀서와 이야기한 게 ‘내 틀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바꾸고 싶다. 조금이라도 좋은 음악이 있다면 내가 선점해야겠다’였다. 수 백곡 중 9곡을 골랐고, 주변의 재촉에 못 이겨 한 곡을 작곡했다”고 설명했다.

 청음회에 함께한 대중음악평론가 송기철씨는 “10년 전 발표한 18집은 전체적으로 웅장하고 스케일이 컸는데, 이번엔 모던록이나 브릿팝 계열의 정 반대의 음악 어법을 들고 나왔다. 간결하고 세련된 이번 앨범은 진정한 의미의 ‘성인 록’으로 자리매김하는 동시에 젊은 층에게도 어필할 것같다”고 말했다.

 앨범의 평가는 듣는 이의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음악 인생 45주년을 맞은 거장이 옛 명성에 기대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고개를 주억거리게 했다. 송기철씨는 “몇몇 작곡가에 의해 공산품처럼 찍어내는 가요계의 현실에서 이 앨범은 장인 정신이 빛나는 명품”이라고 평가했다.

 조용필 19집은 2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다. 이날 쇼케이스는 네이버 뮤직에서 생중계된다. 5월 31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로 이어지는 콘서트 ‘헬로’는 3일 오후 2시 인터파크에서 예매가 시작된다.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