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7) 세탁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더위덕을 보는 것은 얼음 장사뿐 인 줄만 알았는데 이젠 세탁업도 톡톡이 덕을 보게 되었죠. 섭씨 30도 이상의 무더위 속에서 제아무리 「디오게네스」라도 옷을 자주 빨아입지않고는 못견딜것이니까요.』오는 5월초부터 주 월 미군의 세탁을 맡게된 공영건업 김문진 상무는 『금년 하반기부턴 세탁업이 최대의 외화 획득원이 될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주 월 미 통합 사교역처와의 2년간 계약으로 「다낭」·「후에」지역 주둔 미군의 세탁을 맡게된 공영건업과 작년말 「퀴논」·「나트랑」·「캄란」지역을 맡은 「K·B김&모던서비스」사는 약 10만명의 미군을 상대로 2년동안 3천만「달러」(81억원)의 용역으로 순이익만도 9백만「달러」(24억3천만원)란 목표를 정해놓고 기술자모집, 일본에서의 기계도입, 월남에 세탁촌 건설 등 바쁜가운데도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T·샤쓰」·손수건등 매일, 작업복·「카키」복 등은 1주1회, 모자·장갑·담요 같은 것은 적어도 한달에 한 번씩은 빨아야 하므로 모두 30가지의 세탁물을 계산하면 1년에 1천5백만「달러」(순이익 4백50만「달러」)란 목표달성은 문제없다는 것이다. 검수소→집배소→기록부→검사부→기계부(세탁과·탈수과·건조과)→다리미부→정리부→포장부→집배소. 이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한치의 잘못도 큰 영향을 가져오므로 세심한 주의와함께 우리기술자만도 7백여명이 필요하다했다.
「K·B·김&모던서비스」사는 지난 1일 공장 준공식을 거행, 공개 모집으로 뽑은 40여명의 세탁공으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여 앞으로 2백여명을 더 공모할 계획이며 공영건업은 면접과 실기시험을 통해 1차로 60여명의 세탁공을 뽑아 오는 4월 중순 파월키로 했는데 올해안으로 3백명의 기술자를 더 뽑을 예정.
이러한 세탁「붐」은 다리미질로 생긴 옷의 두께로 선·후배를 가리며 원시적 경영형태를 벗어나지못하던 작은 마을의 조그만 세탁소에까지 영향을 미쳐 세탁공들은 줄지어 파월 대열에 나섰다.
『조그맣더라도 내지에서 아이들에게 마음놓고 공부할수있게 해주고싶은 오랜 소망을 이루기위해 지망했다』는 이충근(38·서울 성북구 도봉동163)씨는 그의 자영세탁소에서 부인 최기순(32)씨와 죽도록 일해도 한달 수입이 고작 1만3천정도. 그래서 새로든 단간방에 5식구가 몰려사는 신세를 면할수없다고 했다.
월남에 가면 회사합숙소에서 무료로 숙식을 하는 데다가 월봉이 3백∼3백50「달러」. 약간의 용돈(50「달러」정도)외에 남은 것은 고국에서 원화로 바꾸어 가족에게 직접 주기 때문에 『숙식비 1백50「달러」를 합쳐 4백50∼5백「달러」를 주는 미국인회사와 별차없다』고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이 경영하는 회사에 고용되니 마음이 우선 편하고 월남에서는 용돈밖에 주지않으니까 송금액도 더많은 셈이고 타락할 염려도 없지 않겠어요? 마누라가 더욱 좋아하더군요, 하하….』이씨는 크게 웃었다. 이들 세탁공들이 남길 외화 예상액은 한사람이 한달에 2백50「달러」씩 쳐서 1백50만「달러」(4억5백만원)-.
현재 월남에 있는 40여명의 우리 세탁공들은 손이 모자라는 데다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서로 제것을 먼저 해달라고 아부(?)하는 통에 평균 월봉4백80「달러」외에도 약간의 부수입이 생긴다고 전한 공영의 김상무는 『우리 기술자들이 요리·빨래 무엇이고 잘하는 것을 본 월남 여인들은 「한국에 시집가면 아이만 낳고 편하게 살텐데….」며 부러워한다』고 했다. <이돈형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