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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유령·맹금류’로 심리전 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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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하늘을 나는 요새(B-52)’가 한국에 핵우산을 펼치고, ‘하늘의 유령(B-2)’이 북한의 지휘부를 맹폭하면, ‘맹금류(F-22)’가 달려들어 설거지하듯 북한의 남은 전투기들을 처리한다.

 지난달 8일 이후 한·미 연합훈련에 투입된 미군의 전력이 갖는 의미가 선명해졌다. 미 공군의 최첨단 F-22 전투기가 지난달 31일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1일 한·미 독수리(FE) 연합훈련에 참가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공중전의 그림이 사실상 완성됐다. 육상의 국지전이나 지상전 또는 해상 충돌이 있기 전에 고공에서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어버리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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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핵전쟁 도발 위협에 대한 미군의 대응은 준비된 것처럼 단계적으로 펼쳐졌다. 지난달 7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북한은 불가침 합의 전면 폐기(3월 8일), 판문점 직통전화 차단(3월 11일), 북한군 최고사령부의 전투근무 태세 돌입 지시(3월 26일) 등의 조치를 취하며 긴장을 높여왔다.

 그러자 미군은 북한의 핵전쟁 위협이 시작된 8일부터 19, 25일 등 모두 세 차례 핵폭탄 투하가 가능한 B-52 전략 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띄웠다. 일명 ‘하늘을 나는 요새’인 B-52 출격에 자극받은 김정은이 22일 이후 부대 시찰과 훈련 참관에 나서자 미 공군은 다시 B-2 폭격기를 미 중부 미주리주 화이트맨 공군기지에서 발진시켰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춰 ‘하늘의 유령’이라 불리는 B-2 폭격기 2대가 28일 미국에서 6500마일(1만460㎞)을 날아와 군산 앞바다 직도에 훈련탄을 투하하고 복귀했다.

 B-2에 자극받은 듯 김정은은 29일 최고사령부 회의를 주재하며 미국 본토 등을 겨냥한 미사일 사격대응을 지시했다. 북한은 29일 오전 미그-21기 한 대를 출격시켜 군사분계선(MDL) 북쪽 20~50㎞에 설치된 서부전선 전술조치선(TAL) 인근까지 접근 비행한 뒤 돌아갔다. 여차하면 전투기를 이용해 남한을 공습하겠다는 위협이었다.

 미 공군은 이번엔 ‘맹금류’란 별칭을 갖고 있는 F-22를 띄웠다. 2대의 F-22가 지난달 31일 일본 오키나와의 가데나 공군기지를 출발해 당일 오산 기지에 도착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1일 “F-22가 공대지 폭격 훈련과 공대공 훈련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최첨단 5세대 전투기인 F-22는 미 공군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이스라엘과 일본에도 팔지 않은 전투기다. F-22는 250㎞까지 떨어진 적의 위치와 정보까지 파악할 수 있어 ‘미니 조기경보기(AWACS)’로 불리는 APG-77 AESA 레이더를 장착하고 있다. AIM-120 공대공미사일 6발, AIM-9 공대공미사일 2발, 450㎏급 공대지 정밀유도무기 2발 등을 탑재하고 있다. 군 당국자는 “F-22 또한 스텔스 기능이 있어 평양 상공을 비행해도 북한 레이더가 알 수 없다” 고 설명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지난달부터 한반도 상공에선 미국과 북한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며 “미군이 B-52를 시작으로 B-2에 이어 F-22까지 출격함으로써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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