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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올해가 원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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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새 정부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 농산물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불과하지만 서민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유통구조 개선의 조건은 무엇일까. 첫째, 공급자와 수요자가 규모화돼야 한다. 둘째, 유통과정에서 변질되거나 썩는 감모분이 없어야 한다. 셋째, 유통경로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져야 최적의 유통경로가 확산된다. 이러한 전제하에 유통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유통개선의 출발점은 산지 유통의 조직화·규모화다. 농가별 분산출하로는 유통효율도, 물류개선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생산자단체를 통한 유통계열화가 매우 중요하다. 올해 6월 경기도 안성에서 개장하는 농협 도매물류센터는 2015년까지 전국 5대 권역별로 건립돼 농산물 물류혁신의 거점이 된다. 축산물의 유통거품은 도축·가공·유통을 책임지는 선진국형·협동조합형 패커(packer) 육성으로 뺄 것이다. 아울러 산지유통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정책파트너로 유도할 계획이다.

 다음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다양한 직거래를 확대할 것이다. 전북 완주군 용진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대표적 사례다. 180여 농가가 직접 농산물을 가져오고 가격과 수량도 직접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지난해 매출액이 43억원에 달했다. 2009년 출범한 농수산물 사이버거래소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새로운 직거래 정책은 민간의 자발적인 직거래를 제도와 예산 측면에서 뒷받침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직거래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내년까지 직거래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다음은 도매시장 문제다. 그동안 도매시장은 유통개선을 가로막는 주범이라는 비난도 받았지만 농산물 유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경매를 통한 기준가격 결정과 거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해 왔다. 정부는 앞으로 가격을 미리 결정하거나(定價), 거래 상대방을 미리 결정하는(隨意) 등 다양한 도매시장 거래방식을 확산시켜 시장 내 경쟁을 촉진할 것이다. 낡고 오래된 도매시장에 대해서는 시설현대화와 물류효율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마지막은 참여와 합의에 의한 수급안정 정책이다. 앞으로의 수급안정 정책은 정확한 수급 정보를 기초로 관련 주체의 참여 하에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생산자·소비자 등이 고루 참여하는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품목별로 통상 허용되는 ‘가격안정대 ’를 설정, 이를 벗어나면 자동적으로 대책이 발동되도록 하되 가격안정대 내의 변화는 일상적인 패턴이라고 보고 생산자들의 자구 노력과 함께 국민의 이해를 구할 것이다.

농산물 유통업은 ‘고수익·고위험’ 구조에서 ‘저위험·안정수익’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그 결과는 생산자와 유통인은 적정 이익을 얻고, 소비자는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알고 우선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것이 유통개선의 최종 목표일 것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