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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시대의 퇴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군중의 힘이 필요할 때, 집권자들은 대개 「슬로건」을 고안한다. 「슬로건」의 名手로는 역시「수카르느」 와 「드골」을 꼽을 수 있다. 「수카르노」의 「슬로건」은 간결하고 요령이 있는 점에 특색이 있다. 「수카르노」는 「인도네시아」가 독립하기 이전에 이미 그 「슬로건」의 수법을 썼었다. 「판자·실라」라는 것이 그의 처녀작. 「판자」는 「5」라는 뜻이고 「실라」는 「기초」를 의미한다.
그의 「다섯가지 기초」는 무엇인가? 신앙 민족주의 인도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사회주의. 그는 이것을 휘두르며 군중의 「함성」과「열광」을 동원했었다. 65년엔 가는 「나사콤」이라는 「슬로건」을 깃발처럼 휘날렸다. 민족주의 회교 공산주의의 두문자를 딴, 말하자면 그것의 삼위일체를 국가의 기본으로 삼는다는 「슬로건」이었다. 국제「올림픽」에 대항하는 「가네포」경기, 그것을 발상으로 「코네포」(신흥국회의)를 또 얼맛 동안 떠들어댔었다.
결국 오늘의 「인도네시아」엔 그 「슬로건」들의 빈 껍질과 악취만 남고 보면 새삼 「정치무상」같은 것을 느끼게 된다. 「슬로건」의 뒤에서 물가는 거의 10배로 상승했으며 대외채무는 27억 「달러」로 산적했다. 작년부터 세계의 「매스콤」들은 모자벗은 「수카르노」의 허황한 대머리 사진들을 무슨 풍자처럼 자주 싣더니, 그도 이젠 「공수거」가 되었다.
이런 「뉴스」와 함께 위대한「프랑스」없는 「유럽」은 폐사라고 외치던 그 「드골」마저 총선 제 2차 투표에서 신승했다는 외신이 밀려왔다. 10년간이나 세계를 뒤흔들던 「드골리즘」의 퇴조라고 성급히 전망하는 「스페큘레이터」도 있다. 「퐁피두」수상은 『삭자에서는 이겼지만 실속으로는 참패했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고 보면 「슬로건」의 신화시대는 이제 서서히 물러갈 것 같다. 만일 「드골」이 실권하게 되면 참말 「얄타」적시대는 가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조바심을 갖게 되는것은 신화가 남긴 후유증 (후유증) 이다. 「슬로건·메이커」가 없는 세계라고 「트러블·메이커」가 없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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