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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맹자에 「호연의 기」란 말이 이다. 이는 결국 굳센 정신력과 의지력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주에 충만하고 또 금석이라도 능히 꿰뚫을 수 있는 기개요, 일을 당함에 공명정대하여 조금도 저주하거나 부끄럼 없는 용기의 일컬음이다.
세상에는 궁핍과 고난과 불운과 역경에 부대끼고 허덕이는 사람이 얼마든지 많다.
오히려 고난과 역경에 당한 때일수록 그를 극복할 정신력이 필요한 것이다.
최근 입수한 「노문학 비평」(영=C·H·블레이어 저)에서 제2차 대전 중 한 처녀의 감명 깊은 이야기를 읽었다.
「레닌그라드」가 「나찌」군에 포위되어 온 시민이 농성하고 있을 때 오직 정신의 힘으로 그 무서운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홀로 기적을 만들어낸 본보기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어떻게 살아 남았는가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태연하고 명료했다. 『모든 「러시아」 고전문학 작품을 무수히 되풀이 해 읽었죠. 그 책의 내용을 머리 속에 다 집어넣어 암송할 만큼 읽은 걸요.』 그래서 열과 음식의 결핍을 자기 내부로부터 충족시켰다는 것이었다.
「모스크바」서도 유사한 기적이 있었다. 시 외곽을 둘러싸고 공격하는 「나찌」군을 격퇴한 것은 여러 면에서 볼 수 있겠으나 「톨스토이」의 정신력에 의해서도 설명된다. 당시 종이의 기근이 막심했음에도 그의 「전쟁과 평화」는 몇 백만 부가 출판되는 터였기 때문에 「러시아」의 승리는 결국 「톨스토이」의 의지와 고무에 있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에피소드」는 역사 가운데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그런 절망을 이겨 넘은 예가 허다함을 안다. 그럼에도 주변의 사람들, 특히 젊은 세대에 정신무장이 아쉽게 생각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의지를 길러주고 고무해 줄 고전이 우리에게 없어서가 아니다. 이상과 포부가 적으며 목전의 쾌락과 찰나주의에 빠져 책 읽기를 게을리 하며 나아가 거기서 힘을 얻고 실천에 옮기는 자신을 잃은 데 있는 것이다. <이병희 문박·학술원회장·성대 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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