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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라운지] 덩치 큰 악기는 좌석표 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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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유명한 연주자들은 세계 각국을 돌며 자주 연주회를 연다. 이들은 이동할 때 악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쓴다. 그래서 대부분 연주자는 악기를 화물칸에 싣지 않고 직접 들고 비행기에 탄다. 그렇다면 첼로처럼 부피가 큰 악기는 기내 어디에 둘까. 물론 승객용 좌석이다.

항공사들은 고가이거나 부피가 큰 악기를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에게 악기용 좌석을 따로 사도록 하고 있다. 악기가 손상돼 시비가 벌어지는 골치 아픈 일을 막기 위해 화물을 접수할 때 미리 표를 사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첼리스트의 경우 혼자 여행한다고 해도 두 장의 표를 사야 한다.

악기에 배정되는 좌석표의 가격은 성인 항공요금과 같다. 오케스트라 단원 전원이 항공기를 이용한다고 해도 악기는 승객이 아니라 단체할인도 적용받지 못한다. 기내식도 안 먹고, 화장실을 이용하지도 않고, 승무원한테서 상냥한 안내나 대접도 못 받지만 항공사는 한 푼도 깎아 주지 않는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자주 하는 연주자들은 큰 악기의 경우 동료와 함께 항공료를 나눠 내는 경우가 많다고 여행사 직원들은 전한다. 예컨대 현악4중주단이 연주여행을 갈 때는 첼로의 좌석권을 각자 4분의 1씩 분담하는 식이다.

일부 항공사는 대형 악기를 들고 타는 승객에게 창문 쪽 좌석표를 끊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악기가 다른 승객의 통행을 방해하고,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푸대접은 비행기 안에서만 당하는 게 아니다. 목관악기의 경우 악기에 붙은 금속 때문에 공항검색대에서 악기를 꺼내 일일이 보여줘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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