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때문에…세입자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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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주택시장의 장기 침체로 인한 깡통주택. 이 깡통주택이 집주인 뿐 아니라 세입자의 발목까지 잡고 있습니다.

집값이 대출금과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주택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의 맘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죠. 현재 살고 있는 집이 깡통주택이 되면서 고통을 겪는 세입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현상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인데요,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사는 한 독자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경기도 판교신도시 84㎡형(이하 전용면적)에 전세를 사는 주부 김모(47)씨. 요즘 그의 하루에서 가장 큰 일은 단지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리는 일입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기 위해서입니다. 경기도 화성시로 발령이 난 남편을 위해 이사를 결심한 김씨.

마침 살고 있던 아파트 전세 만기가 3월 말이었고 남편은 4월 말부터 화성시로 출근해야 합니다. 1월 초 집주인에게 이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만기일에 맞춰 동탄신도시에 전셋집도 얻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주인이 집이 팔려야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김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 시세는 5억8000만~6억원. 김씨가 전세를 들어왔던 2년전만 해도 집값이 7억원이었습니다.

2년새 집값이 1억원이 넘게 떨어지고 한달에 130만원의 대출 이자가 버거워진 집주인은 벌써 두 달째 대출이자를 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집이 경매에 넘어갈 것 같습니다. 집주인이 받은 대출금은 2년전 시세(7억원)이 40%인 2억8000만원입니다. 당시로서는 대출 비중이 높지 않았고 전세보증금(3억3000만원)을 더한 금액이 집값보다 1억원 적어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전세 보증금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 수두룩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시세가 5억8000만~6억원으로 떨어지면서 대출금(2억8000만원)과 김씨가 돌려받아야 하는 전세보증금(3억3000만원)이 집값을 넘어섰습니다. 만약 경매라도 넘어가면 상황은 더 안 좋아집니다. 대개 시세의 80% 수준인 감정가를 기준으로 경매가 진행되는 것을 생각하면 김씨는 전세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집은 내놨다는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야 새 전셋집의 잔금을 치러야 하는 김씨는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이미 계약금 2000만원을 치뤘는데 자칫 계약금도 난리고 이사도 못할 판국입니다. 아니, 자칫 전세 보증금의 일부를 날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전세금 반환 소송을 할까’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송 비용이 300만원 정도 듭니다. 거기에 소송이 잘 풀린다고 해도 소송기간이 3~9개월입니다. 이사는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다급해진 김씨는 판교신도시 내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매물을 내놓고 집을 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정작 집주인은 별다른 노력도 없고 태평한 것 같다”며 “집이 있어도 문제, 세를 살아도 문제,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집주인의 문제로 국한됐던 깡통주택의 타격이 세입자에게도 퍼지고 있습니다. 곧 전 국민의 문제인 셈입니다. 다음 달 초 정부가 내놓을 부동산 활성화 대책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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