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맛 표현 400가지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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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국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어휘가 4백개가 넘습니다. 우리말이 그처럼 다채로운 언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농수산쇼핑의 쇼핑호스트 전은경(全恩京.29)씨는 최근 '맛을 표현하는 어휘 연구'라는 제목의 사내 보고서를 만들었다.

TV홈쇼핑 방송의 먹거리 판매에서 시청자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겠다는 욕심에서 만든 일종의 매뉴얼이지만 이 부문에 대한 정리에서는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 넘는다.

보고서에 의하면 '맵다'는 표현만도 '칼칼하다''알알하다''매콤하다''얼큰하다''알찌근하다(혀가 아린듯한 맛),'매옴하다(약간 알알한 맛을 느낄 정도)'등 무려 20여개가 된다.

'싱겁다'는 표현도 '밍밍하다'부터 '승겁다''삼삼하다''밍근하다(밥에 물을 부었을때 나는 맛)'등 10개가 넘는다.

전씨는 "우리 속담에 '아'다르고'어'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비슷한 맛을 표현하는 어휘들도 느낌이 모두 다르다"고 설명했다.

'촉감으로 느끼는 맛'가운데 '무르다'는 단어 중에도 '말랑하다'는'야들야들하게 보드랍다'는 느낌이고,'날큰하다'는 '좀 말랑해서 늘어진다'는 말맛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찹쌀떡을 팔 때는 '말랑'이 제격이고, 연시를 팔 때는 '말캉'이 제격이라고 전씨는 덧붙였다.

전씨는 홈쇼핑 방송을 하며 '쓰다''달다' 정도의 단순한 표현만으로는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잡아둘 수 없다고 보고 지난 수개월 동안 우리말사전.요리책 등을 뒤져 맛에 대한 어휘를 수집했다.

전씨는 "소설가 박완서의 글 속에 음식맛에 대한 다양한 표현들이 있었다"며 "'새곰하다(약간 신맛)''달곰하다(약간 단맛) 등 표현들은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영렬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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