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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의 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시내 중·고등 및 국민학교의 선생님들 이동이 곧 있을 모양이다. 국민학교의 경우 1백40여교 7천명의 선생님 가운데 1천2백명이 옮겨질 것이라니 뒤숭숭할 만도 하다.
이번 이동은 이른바 같은 공립이면서도 지역 차 또는 여러 사정으로 특수화해 가는 것을 막아볼 양하고 5년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순환 근무제에 따른 것이다. 이동을 앞두고 예년과 같이 금품거래설 치맛바람설 하고 온갖 잡설이 난분분하여 새학년 초가 다가선 것을 알겠다.
초등 또는 중등교육에 종사하는 선생님들에게는 학과에 대한 지도 능력뿐만 아니라 아동이나 생도의 인간형성을 도울 수 있는 자질도 아울러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의 보수가 형식상으로나마 일반직 국가공무원에 비하여 우대되고 있는 것도 교직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하겠다.
선생님들에게 거는 ,사회의 여망이 그만큼 크고 높다면 으레 교육의 자주성을 존중해서 선생님들의 권리와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체제가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한쪽만 탓하는 듯한 얘기지마는 남의 사표 될 신분을 저버리고 그 아니라도 어지러운 사회에서 여러 입에 오르내리게 되는 것은 심외의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옛날 공자는 도천을 지나면서 아주 목이 말랐으나 도자를 꺼려서 그 물을 마시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어떤 괴로운 일이 있어도 부정을 하지 않는다는 경우를 두고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속담이 생겼듯이 적어도 어린이나 젊은이의 장래를 맡은 선생님들에게 만이라도 도천의 물을 마시지 않게 하는 사회적인 노력과 스스로의 도의적인 자각이 있었으면 한다. 그 노력만이 해마다 듣는 순환 근무제의 악 순환을 막는 오직 한가지 길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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