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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당의 봄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올해 봄소식은 맨 먼저 담장 높은 「큰집」뜰 안에서부터 전해질 모양이다. 으례 지긋지긋한 고역의 장소로만 알려져 오던 교도소에 갑작스레 훈훈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법무부는 현행 행형 제도를 뜯어고쳐 큰집 식구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는 소식. 미결수들에게 매일 면회를 허가키로 한 것을 비롯하여 순 사식의 차입을 허가하고, 잔인한 삭발규정을 개정해서 기결수의 인권존중에도 유의하는 한편, 우량수에게는 신문구독과 방송 청취도 가능케 한다는 등 조처를 취한다는 것이다.
한·미행협의 발효와 더불어 신문지상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외인용 감방시설은 외국의 3류 「호텔」쯤은 된다는 설명이니, 갑작스럽게 불기 시작한 이 봄바람이 비록 「안락의자」 (소파)로 이름 붙은 그 행협의 부산물(?) 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감옥이니 형무소니 하던「큰집」의 공식명칭이 「교도소」로 바뀐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 우리나라 「큰집」들은 그 가풍 마저 구한말시대의 「복당」의 이상을 되찾으려는 셈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은 행형 제도의 이와 같은 개선기운을 자유화라고도 부르고 있다. 형무소라 하건, 교도소라 하건, 또는 옛 식으로 「복당」이라 하건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형을 치르는 죄수들에게도 기본적인 인권이 있고, 그들이 장차 출옥한 다음 충실한 시민의 한사람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문명사회의 의무라는 점이라 하겠다.
범죄 많기로 이름난 미국의 행형 제도는 바로 이런 점에서 역시 우리가 본받을 만한 것. 우리 같으면 형무소·교화소·감화원 등에 해당하는 여러 형태의 교도소가 따로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페니텐셔리」(형무소)·「리포머터리」(교도소)·「프리즌·캠프(징역소)·「코렉션 캠프」·(소년원) 등의 종류가 바로 그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범죄가 많고 잔인한 강력 사건 등이 많은 것이 미국이지만 형별 제도에 이와 같은 복지적 고려가 더욱 두터워져가고 있음은 아무래도 20세기 인권사상의 위대한 승리라 할 것이다. 복당에 갇힌 사람들에게도 정말 봄바람이 불게 하는 것이 인류의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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