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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화 후비핵화 대북정책 나온 날 북, 군 핫라인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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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근혜 대통령은 27일 대북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변화를 마냥 기다리거나, 북한이 변화를 안 할 것이라고 실망할 게 아니라 북한이 변화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을 우리와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와 통일부의 올해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상대(북한)가 약속을 어겼으니까 우리도 마음대로 하겠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약속을 어기면 반드시 손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서두르지 말고 벽돌을 하나하나 쌓듯이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차근차근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구체화하기 위해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1단계에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실시하고, 2단계에선 농업·조림사업 등과 같은 ‘낮은 수준’의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한 뒤, 3단계에서 철도·통신·인프라 건설 같은 대규모 경제지원과 함께 비핵화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선(先)비핵화’와의 연계조치 없이 남북대화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남북 간 신뢰 진전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적절한 시기에 북측에 제의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북측에 경제적 유인책을 제공하는 등 실질적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른바 ‘프라이카우프(freikauf·자유를 산다는 뜻)’ 방식이다. 과거 서독이 동독에 현물을 대가로 지급하고 억류된 반체제 인사를 송환 받은 방식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검토됐었다.

 정부 당국자는 “3단계 대북 접근 구상의 마지막 단계는 북한 비핵화와 연계된 대규모 지원”이라며 “이런 메시지를 수용하는 게 유용하다는 것을 북한이 알게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명박 정부처럼)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를 안 한다는 건 이제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만 한반도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 명의로 보내온 전화통지문에서 유일한 남북 소통 채널이었던 군사당국 간 통신선까지 끊었다. 북한은 지난 5일엔 유엔군사령부와 북한군 간의 판문점 통신라인을 차단했었다.

 북한은 청와대에서 통일부 업무보고가 진행되던 이날 오전 11시20분 전화통지문을 보내 “이 시각부터 북·남 군 통신을 단절하는 것과 함께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 군 통신연락소 우리 측 성원들의 활동도 중지하게 됨을 통고하는 바이다”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북한은 “조·미(북·미), 북·남 사이에는 아무러한 대화 통로도, 통신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북한이 군 통신선을 차단한 것은 2009년 3월 ‘키리졸브’ 연습 때 이후 4년 만이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우리 측 개성공단 관계자들의 출입 계획을 주고받는 채널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북측의 차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날 개성공단은 정상 가동됐다. 27일 현재 개성공단에는 751명의 우리 측 인원이 체류하고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어느 날 (개성공단) 출입이 금지된다거나 세금을 갑자기 올린다거나 하는 국제기준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그런 행동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공단 체류자들의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영종·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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