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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정화운동을 제창한다 -신상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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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유권대중의 냉랭한 정치적 무관심 그리고 금품제공에 의한 참정유인 및 투표유인 등은 「매스·데모크라시」의 근본적인 위기상황을 조성한다. 이러한 위기상황의 심도는 민주국가마다 다른 것이요, 그것을 극복키 위해서 선진사회는 선진사회 나름으로, 또 후진사회는 후진사회 나름으로 까다로운 문제를 안고 크게 고민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경우 수차에 걸친 변칙적인 정권교체는 국민으로 하여금 민주정치에의 매력을 잃게 하여 정치적인 무관심을 조장시켰으며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은 국민의 정치의식이 심히 낮은 것과도 관련하여 민주선거로 하여금 흡사 「금품에 의한 당선입찰경쟁」과도 같이 만들었다.
여기 우리는 민주선거·자유선거 타락의 극치의 모습을 찾아 보게되는데 만약에 이번 총 선에서조차 이런 악 경향을 절단치 못한다면 우리 대의민주정치는 대중사회와 절연하고 소수 「데마고기」나 야심가 그리고 특권층의 농락물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나라 대의민주정치를 본궤도에 올려놓고 민주정치로 하여금 그 건전한 생리적 기능을 발휘케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높이고 선거운동을 철저히 정화할 필요가 매우 크다할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정치적 각성운동과 선거정화운동은 누가 일으켜야 할 것인가? 적어도 그 주체는 국민 중 선각된 부분-보다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정치의식이 높고 지적인 면에서 대중을 「리드」할 수 있는 지식층이 되도록 해야한다.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인텔리」는 정치권력과 대중사이의 매개역할을 담당하는 것이지만 「인텔리」층 가운데 일부는 정부나 정당에 들어가 정권투쟁의 제일선 부대로서 활약하고 있으므로 모든 지식인에게 국민의 정치적 각성운동이나 선거정화운동에 앞장설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부류에 속하지 않은 「인텔리」는 넓고 공정한 시야에서 냉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운동을 추진할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이요, 또 이들이 각성과 정화운동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은 공민으로서 신성한 의무요 애국적 봉사라고 볼 수 있다. 예를 외국민주정치에 구하건대 선거 때마다 정당이나 압력단체에 전혀 관련이 없는 지식인들이 모여서 선거정화운동위원회를 구성하여 가지고 유권대중의 올바른 참정을 촉구하려는 한편 깨끗한 선거를 치러 훌륭한 대표를 선출하는 국민운동을 널리 전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우리사회에서 그런 운동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히 유감스럽다 아니할 수 없다.
참정의식을 훌륭히 가꾼다는 것은 곧 선거정화와 직결되는 것인데 필자는 우리사회에서 이 운동의 전개방향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싶다.
첫째, 정당이나 입후보자에 대해 법규의 엄격한 준수를 요구하고 악랄한 인신공격이나 터무니없는 중상모략, 그리고 허무맹랑한 정견의 나열을 엄중 삼가도록 하게 한다. 당선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 선거운동의 실정인데 입후보자에게 이와 같은 법률상, 정치 도의상의 기본요구의 충족을 바란다는 것은 「연목구어」에 가깝다. 선거운동의 법적 위배나 정치 도의상 탈선을 막기 위해서는 지식층이 앞장서서 대중의 압력을 조직하고 그릇된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투표로써 제재를 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둘째, 표매매의 부당성을 강력히 계몽하는 동시 금품에 의한 투표 매수공작을 적발하고 폭로하도록 해야한다. 가난 때문에 값싸게 표를 매수 당하고 생활상 이득에의 달콤한 유혹 때문에 공정한 판단을 잃는 유권자의 수효는 기실 방대한 것으로 보아야한다.
어느 사회를 불문하고 민주선거가 황금에 의한 매수선거로 「데모크라시」(DEMOCRACY)가 「머니크라시」(MONEYCRACY)로 변질·타락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데 우리사회처럼 많은 국민이 가난에 허덕이고 저미한 정치의식 상황 속에 놓여있는 조건하에서 이런 가능성은 아무 때나 현세화를 시도하기 마련이다. 몇 푼 얻어먹고 보다 나쁜 대표를 선출하는 경우 그 해독은 반드시 국민에게 되돌아오기 마련이요, 「머니크라시」로 타락한 「데모크라시」는 기실 천민의 표를 모아 성립되는 금권정치에 불과한 것이니 이 이치를 똑똑히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운동은 아무리 오래 전개해도 오히려 모자람이 있는 것이다.
셋째, 「매스·코뮤티케이션」에 대해 신문이나 방송이 일당일파나 특정입후보자의 앞잡이가 되지 않고 선거정화운동의 가장 중요한 일익을 담당해줄 것을 부단히 촉구해야한다.
사회공기로서의 심문이나 방송은 선거전에 제해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지키고 국민의 참정권이 올바르게 행사될 수 있는 사회적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진력해야 한다. 신문이나 방송은 자기자신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치가 행해질 수 있는 조건을 성숙케 할 사회적 책임이 있음을 절실히 자각하고 편파적인 보도나 여론조성으로 공명선거를 해치는 일이 없도록 자가반성을 부단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상 세 가지는 필자가 생각하는 선거 정화운동 전개의 방향인데 필자는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는 지식인들이 순수한 의미에서 선거정화운동을 전개하는 핵심적인 조직을 만들어 가지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는데 앞장선다면 국가·민족을 위해 심히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현실에 대한 비방과 저주, 정치인에 대한 불신·멸시 그리고 선거의 타락을 한탄하면서 방관자로서 살아나갈 것이 아니라 현실개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인텔리」가 애국하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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