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치면 세상이 아름다워~ '야 이노마!' 광년이

중앙일보

입력

어린시절 만화라고 하면 흔히 명랑만화를 떠올렸었다. 조금은 어리숙한 주인공과, 주인공을 도와주는 신비한 능력의 로봇이나, 물건들. 그래서 만화라는 건 재미있으면서도 황당하고 우리의 상상력을 펼쳐주는 그런 것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만화는 더 이상 재미나 웃음의 전달자는 아니다. 쉽게 다룰 수 없는 심오한 이야기나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 드라마들, 그리고 상상력 무한대의 SF들도 다량 나오고 있다. 그래서 다시 명랑만화가 그리워지는 것이다. 4컷 만화와는 다른 두 쪽짜리 이야기 '야! 이노마'는 광년이라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마치 옛날의 명랑 옴니버스 만화를 떠올리는 형식으로 재미를 준다.

가끔 지하철에서 미친 여자를 본다. 이상하게 미친 남자보다 여자가 많은 것일까. 분홍색 머리띠에 분홍색 원피스, 하얀 스타킹에 분홍색 운동화. 그리고 화장도 핑크 빛이다. 이쯤 되면 꾸미느라 꽤 애를 쓴 것 같은데 여자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노약자석 중간에 앉아서는 처음에는 방실방실 미소만 한다. 그러더니 점점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기 시작한다. 처음엔 뭔가 웃긴 일이 있나 싶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그 소리도 점점 커지더니 나중에는 치마를 입은 걸 잊었는지 다리도 벌리고 웃고, 일어나서 왔다 갔다 한다. 이건 분명 미친 증상이다.

미친 여자 아이 광년이. 캐릭터 자체도 웃기지만 이름도 웃기다. 어떻게 미친X를 이름으로 할 생각을 한 걸까. 사실 광년이가 미치게 된 데에는 엄마의 죽음이라는 슬픈 사연이 있다.

그렇지만 아직 어른이 아니어서인지 그런대로 봐줄만하다. 그리고 나름대로 숲속에서 공주처럼 살고 있다. 게다가 남자친구도 갖고 있다. 바로 노마다. 노마는 단순무식을 자랑하는 순진한 사고뭉치 소년이다.

노마는 얼마나 단순한지 만우절 날 모두가 멍청하다고 놀리는 단짝친구 삐꾸에게 속고, 광년이가 “사실은 나 안 미쳤어. 우리나라도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모두가 잘 사는…” 등등의 말에도 속는다. 하지만 평소에는 드러내지 않아도 광년이를 끔찍히도 생각한다.

노마는 장래희망 직업 조사를 위해 만화가인 삐꾸의 누나를 조사하면서 “정말 훌륭한 일을 하시는군요”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3D 업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광년이가 낙서를 하는 것을 보고 발로 확~ 지워버리고는, “너 또 한번만 낙서 하면 나하고 끝이야!”라고 한다.

광년이 또한 노마를 사랑한다. 학교 끝나고 뒷산에 놀러 오는 노마와 삐꾸를 보며 “자기야아아~~~”하면서 달려가고, 어디선과 광년이와 비슷한 정신 상태를 가진 광란이가 나타나 노마에게 찝쩍대자 온몸을 던져 막아낸다. 이걸 보고 노마의 단짝 친구 삐꾸는 은근히 시샘을 하기도 한다.

광년이. 머리를 길게 풀어 헤치고, 속눈썹은 마스카라로 한껏 치켜올린 것처럼 위로 싸악~ 올라가 있다. 어떻게 보면 예쁘고 어떻게 보면 섬뜩한 눈을 가졌다. 그리고 속치마를 바지 위로 입고 맨발로 야산을 뛰어 다닌다.
비가 오면 물로 얼굴을 씻고 나서 비누칠을 한다. 비가 그쳐버리면 따가운 눈을 어쩔 줄 모른다.

미친 여자 아이 광년이는 나풀나풀 가벼운 움직임으로 노마와 삐꾸의 어이 없는 행동 뒤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가끔 누구도 생각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던져주기도 한다.
“아..나 밤에 화장실 가기 싫어. 변기에서 빨간 종이 줄까. 파란 종이 줄까 할 것 같아.”
“물 내려버려.”

광년, 노마, 삐꾸의 환상특급 개그쇼!!! '야, 이노마!'의 모토다. 불쌍하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광년이와 단순하고 무식한 말썽쟁이 노마와 삐꾸의 개그쇼에 푹 빠져보자!

팟찌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