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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할슈타인」원칙의 수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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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매네스쿠」 「루마니아」외상의 「본」방문을 계기로 31일 서독과 「루마니아」는 마침내 정식 국교수립에 합의하고 곧 대사를 교환하기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작년 12월 1일 기민당과 사민당과의 이른바 대 연정이 발족한 이래 「키징거」서독정부는 동구 인방들과의 관계를 대 전환시킬 것을 천명한바 있었지만 이제 그 실천의 첫 조처로서 「루마니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기에 이르렀다고 보겠다. 이로써 서독은 1955년 소련과 외교관계를 가진 이래 처음으로 「두개의 독일」을 인정하는 공산국가와 대사교환을 하게된 것이다.
이는 종래 서독이 외교의 기본노선에 있어서 금과옥조처럼 견지하던 이른바 「할슈타인」원칙의 대 수정이라는 데서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지되어 있듯이 서독은 1950년 이래 동독공산정권을 승인하는 국가와는 일체 외교관계를 단절하는 「할슈타인」원칙을 견지하여왔다. 이를테면 서독은 1957년 「유고슬라비아」가 동독을 승인했다는 이유로 외교관계를 단절한바 있었던 것이다. 유독 소련에 대해서는 예외였는데 그것은 소련이 전승 4대 연합국의 하나라는 점에서 특수취급을 하였던 것이다.
서독이 「루마니아」와 국교를 수립한데는 「루마니아」의 변모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구라색 각국의 「루마니아」에 대한 접근은 비단 서독만은 아니다. 일찍이 1964년 5월 미국은 「워싱턴」에서 양국의 각료회담을 개최하고 국교수립과 통상의 증대에 합의한 바 있었다. 최근에는 30년 동안 공산국가와는 일체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있었던 「스페인」이 「루마니아」와 영사관계를 가질 것에 합의하였다. 그렇게 된데는 「루마니아」가 종래와는 딴판으로 독자적 노선을 게양한 때문이었다. 「루마니아」는 1964년 4월 『국제공산주의운동에 아버지 당이나 아들 당이 있을 수 없다』고 하여 소련지배하에서의 탈퇴를 선언하였고, 그 이래 「코메콘」또는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냉담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루마니아」가 서독과 국교를 가짐으로써 「루마니아」의 보다 더한 서방측에 대한 접근은 물론 그 만큼 그 지역에 있어서 동서긴장이 완화될 것이 기대된다는 것은 솔직한 심정이라고 하겠다. 서독 또한 그들의 통일을 위한 주체적인 노력이 「루마니아」와의 정식수교로써 한결 더 진전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서독이 「루마니아」와 국교를 수립함과 함께 「할슈타인」원칙을 수정함으로써 파생되는 문제점도 크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독일 문제의 법적 국면이 어떻게 될 것이냐는 가장 커다란 주목점이라고 하겠다. 「루마니아」는 비록 독자적 노선을 걷고 있다하더라도 동구라색 주장에 일치해서 동독을 승인할 것과 「오데르·나이세」선의 인정 등을 요구하는 반면 서독은 그들이 전 독일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것과 서부 「베를린」이 서독의 일부라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서독과 「루마니아」가 국교를 수립함에 있어 서독의 위와 같은 법적 입장이 어떻게 규정됐는지 소상하게 알 수 없지만 「할슈타인」원칙의 수정이 서독의 법적 입장에 상치되는 모순을 서독이 어떻게 해결하고 조정해 나아갈 것인가는 양국국교수립이후에 유달리 주목을 끌게 하는 문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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