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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교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우리네 봄은 거리에서 먼저 찾아든다. l일 국민학교가 개학되던 날 아침, 겨우네 그리도 음산하고 쓸쓸하던 골목과 길에는 학교로 가는 사과 빛 볼의 어린이들이 줄줄이 이어져 봄을 한꺼번에 맞는 듯 푸짐한 모습이다.
교정에서 터져 오르는 어린이들의 생기에 찬 환성의 기둥을 듣고 있노라면 누구나 세상 살이 의 시름을 잠시 잊게되고 얼굴의 잔주름을 펴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돌이켜 우리나라 의무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면 개인 얼굴의 주름이 더 깊게 잡히지 않을 수 없다.
의무교육에 대해서는 우리 헌법이나 교육법에서도 밝혀져 있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그 의의는 공공의 책임으로 교육권을 보장하는데 있고 또 그 실시는 국력의 충실, 사회의 발전에 기둥이 될 사람의 바탕을 가꾸는데 있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취학, 학교설치, 교육보장의 세가지 의무가 원활하게 정립 된데서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기대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취학률은 높다 할지라도 3부제 4부제로 폭발 직전에 있는 교실 난 이며, 교사의 절대수의 부족이며 해서 교육을 보장할 근본적인 문제들 치고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거기에다가 과중한 과외수업까지를 곁들인 수험공부에만 치우쳐 영일이 없으니 의무교육은 양두만 내걸었다 뿐, 기실 구육의 마련마저도 없는 형상이 아닌가싶다.
가까운 이웃나라만 해도 패전 20년이 지난 지금 국민학교의 어린이들 체위가 전전은 물론 구미 각국에 뒤따르려 하고 있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데도 무럭무럭 자랄 어린 순 을 입시준비의 소금으로 절이고만 있으니, 가히 의무교육의 질은 의무교육으로 시들고 말았다해야 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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