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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FOCUS] 국방장관·국영기업 사장 … 비리 드러나면 가차없이 ‘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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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26일 메드베데프 총리(왼쪽 뒷모습), 모스크바주 세르게이 샤이구 주지사(가운데) , 아나톨리 세르주코프 국방부 장관. 촬영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는데 세르주코프는 이후 횡령 혐의로 해임되고 샤이구가 국방부 장관이 됐다. 총리가 뭔가 말하자 세르주코프가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공직자 부정부패로 러시아 정부는 한 해 수천억 달러씩 잃는 것 같아 보인다. 전 같으면 쏟아져 들어오는 오일달러 덕에 이런 걸 슬쩍 눈감아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이런 손실을 용납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 성장이 둔화되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긴 하지만 무역ㆍ재정의 이중흑자라는 황금기는 앞으로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리스 티토프 기업인권익보호 대통령특사는 "부정부패의 원인은 밀려들어오는 막대한 현금”이라 주장한다.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부패지수(CPI) 조사에서 80대 중간쯤에 머물던 러시아의 부패도는 2010년 182국가 중 154위로 급추락했다.

부정부패 첫 집중단속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 2011년 국가투명도 순위에서 러시아는 143위, 이어 2012년 11월에는 133위로 향상됨으로써 변화 움직임은 확실히 포착됐다(물론 바뀐 집계방식 때문에 결과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부패 캠페인의 강도를 부쩍 높였다. 2012년 10월 말엔 배전공사(MRSK)의 드미트리 구드조얀 사장이 리베이트 알선 혐의로 해임됐다. 이 조사는 아르카디 드보르코비치 부총리가 직접 지시를 내려 시작됐다.

“드보르코비치 부총리는 조사 후 혐의가 사실로 판명되면 공사 차원에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모스크바 투자은행 르네상스캐피탈의 유틸리티애널리스트인 블라디미르 스킬라르는 말했다.

“건배는 이릅니다. 제가 말하려는 게 여러분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정부
공직자, 대통령 비서실, 그리고 상?하원 의원들의 활동은 법의 규제를 받아야 합니다.”

같은 시기에 옐레나 스크린니크 농무장관(여)도 2009년 국영 농기계임대공사 ‘로스아르고리징’을 운영하면서 13억 달러 규모의 사기사건에 연루됐다는 TV다큐 프로그램이 방송된 후 경찰 수사를 받았다. 그는 혐의를 부인했으며 해당 방송사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어 11월 러시아 GPS 위성항법시스템 ‘글로나스’의 설계자이자 러시아우주시스템 사장인 유리 우를리치치가 2억 달러 횡령 혐의로 해고됐다. 같은 달 국영 도로공사 ‘로스아프토도르’ 사장이 국고 남용 혐의로 해고되는가 하면 알렉산드르 프로보토로프 국영유선통신사 ‘로스텔레콤’ 사장이 수뢰 혐의로 가택 수색을 받았다.

크렘린의 반부패 캠페인은 2012년 9700만 달러 규모의 국고 횡령 조사 과정에서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이 해임되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한 달 후인 2012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 준비기금 남용과 관련, 첫 번째 구속자가 나타났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10억 달러 규모 최신식 현수교 건설을 포함한 새로운 인프라 구축에 러시아 정부가 투입한 예산은 총 200억 달러가 넘는데 일부 공직자들이 뇌물과 기타 사기 수법으로 수백만 달러 돈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의 한 고참 은행가는 "부정부패 집중단속이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은행가는 “이 모든 것이 지방 언론이나 떠들어대는 소동으로 볼 일이 아니다. 관계자들이 해고되고 구속이 실제로 이어지고 있으니 완전히 헛소동은 아니다” 고 강조했다.

정부는 반부패 정책의 제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1년 전 푸틴은 국영 전력회사들에 최종수익권자(UBO)가 불투명한 기업에 하도급을 주는 것을 금지시켰다. 또 국회의원과 공직자의 수입과 재산을 신고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국영 기업에 대해서도 유사한 내용의 법이 통과됐다. 크렘린은 정부 투명성 증대를 위한 일련의 법 제정을 통해 자신의 반부패 캠페인의 강도를 올리고 있다.

밴 애리스 기자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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