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묘비 매일 닦는 천안함 어머니의 눈물 잊지 않을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이 26일 오전 대전시 갑동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렸다. 천안함 희생 장병의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6일 오전 10시, 국립 대전현충원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장. 검은색 재킷에 검은 바지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은 ‘천안함 영상물’에서 46명 용사들의 이름이 하나씩 호명되자 눈시울을 붉혔다. 박 대통령은 애써 눈물을 참으려는 듯 눈을 연이어 깜빡거렸다. 나중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뒤 박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강한 어조로 북한의 변화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핵무기와 미사일, 도발과 위협을 스스로 내려놓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변하는 것만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북한은 핵무기가 체제를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굶주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는 것은 국제적인 고립을 자초할 뿐”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모두가 풍요롭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는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대북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이 구상을 빼놓지 않고 밝혀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장병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자리인 만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천안함 용사들과 한주호 준위 유가족에 대한 위로의 뜻도 전했다. 그는 “아들의 얼굴을 씻기듯 매일같이 묘비를 닦고 계셨던 어머니의 눈물과 아들이 남겨놓은 방을 아직도 정리하지 못하고 계신 아버님의 마음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민병원 국립대전현충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고 해군 중사 임재엽 묘역에 들렀다가 민 원장이 “부모들이 눈이 오면 직접 눈을 치운다”고 하자 고개를 끄떡였다. 앞서 해군 상사 강준의 묘비를 쓰다듬었다. 민 원장이 “혼인신고를 하고 훈련 후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돌아오지 못했다”고 소개하자 박 대통령은 “배우자는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서울·부산·광주·대구 등 전국 34개 도시에서 시·군별 추모식과 안보결의대회가 열렸고 천안함 전사자가 나온 학교 45곳에서도 추모식이 거행됐다. 해군은 18일부터 27일까지를 천안함 피격사건 상기 기간으로 정하고 26일은 ‘응징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에 불참하는 대신 서산구치소에 수감된 신장현 플랜트노조 부지부장을 면회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천안함 사건’이라 부르며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짧은 논평을 발표했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논평에서 “‘천안함 침몰’과 같은 비극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원내대책회의에 앞서 지도부가 일제히 묵념을 하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46명 장병들의 희생은 역사에 길이 빛날 것”이라며 “민주당은 강력한 안보를 바탕으로 강인한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호·하선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