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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인사 실패 후폭풍 … 당·청관계 벌써 삐그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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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가 심상찮다. 청와대 인사 실패에 대해 새누리당 대변인이 야당 못지않게 강도 높게 비판하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의원들 사이에서도 청와대 인사라인 문책 요구가 불거지고 있다. 당·청 관계가 가장 긴밀해야 할 집권 초기에 이 같은 흐름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새 정부 출범 한 달여 만에 균열 조짐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①밀봉인사에 피로감

새누리당의 불만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에 있다. 인수위 시절부터 반복돼 온 ‘밀봉(密封) 인사’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것이라는 게 당 사람들의 얘기다.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 검증 때문에 인사청문회 때마다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자꾸 커지자 의원들의 불만이 꼭짓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 박근혜계 의원은 26일 “인선 발표 때 ‘과연 이 사람 가지고 잘될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결국 나중에는 대부분 낙마하더라”며 “박 대통령이 미리 한 명을 골라 검증팀에 명단을 내려보내는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면 인사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을 때 이미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보고 인사 패턴을 바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②청와대 독주엔 무력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놓고 장기 대치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일방 통행’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된 것도 당·청 간 난기류의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통합당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하자 새누리당에선 “처음부터 당에 전권을 위임했더라면 진작에 합의를 봤을 것”이란 볼멘소리가 나온다. 공연히 청와대가 주요 쟁점에 대해 원안 고수 입장을 못 박는 바람에 협상만 꼬이고 시간만 허비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에 대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이 많다. 한 당직자는 “이제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과거처럼 청와대가 ‘무조건 해내라’고 하는 식은 더 이상 안 통한다”며 “국회 상황을 당에 맡겨 두지 않고 청와대가 일일이 간섭하면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개국공신들은 소외감

청와대와 거리감을 느끼는 의원들이 많아진 것도 당·청 관계의 마이너스 요소다. 박 대통령은 ‘개국공신’과 ‘수성공신’을 구분하겠다는 방침 아래 청와대와 내각에 대거 새 인물들을 발탁했다. 그러다 보니 자리를 받지 못한 상당수 당내 인사들이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선대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선거 때 아무 역할도 안 했던 사람들이 TV에 새 정부의 대표 인사처럼 비칠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여권에선 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정기적으로 만나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일단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고위 당·정·청 회의가 30일 열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회의를 열기로 했다”면서 “일반적인 회의가 아니라 현장과 실무를 중시한 3시간여에 걸친 워크숍 형식의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하·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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