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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항의와 선관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종반전에 들어선 대통령 선거운동에 있어서 공화· 신민 양당은 『부정·불법 선거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면서 중앙선관위에 대해 『직권발동에 의한 부정선거 단속』을 촉구했다. 즉 공화당은 신민당이 대구 및 부산 유세에 있어서 불법 가두행위행진을 했는데 왜 이를 방관했느냐, 즉각 제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신민당은 공화당이 청중을 불법동원 했으니 선관위가 스스로 의법 조처 해야한다고 항의했다.
중앙선관위에 대한 이와 같은 항의는 다분히 정치성을 띠고 있는 것이요, 상대 정당이 부정·불법의 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악 인상을 국민 속에 부식시키려는데 그 중요한 목적이 있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중앙선관위가 이런 항의 성명전속에 부당히 말려든다고 하면 중앙선관위는 공정한 선거관리 기능을 상실하고 정권투쟁에 있어서 심판자로서의 자격과 지위를 스스로 손상시킬 우려가 다분히 있다. 여기서 당연히 문제가 되는 것은 중앙선관위가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정당의 항의에 대해 취해야할 올바른 자세가 무엇이며 그 쥐고있는 권한이 어떤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 20일에 열린 중앙선관위 전체회의는 『청중을 강제 동원했다』 운운하는 신민당의 항의를 조상에 놓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한다. 즉 신민당이 게시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면 이는 선거법에 위배될 것으로 사료되나 『질의서에 열거한 사실은 모두 특정정당 또는 특정인의 행위이므로 위원회는 수사권과 재판권이 없기 때문에 일방적인 호소만을 들어서 판단할 수 없다. 범죄를 구성하는지의 여부는 구체적인 증거를 포착한 사람이 수사당국에 고발하여 검찰의 수사권의 발동과 법원의 재판권의 행사에 의해 구체적인 인적·물적 증거를 조사한 뒤에 비로소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중앙선관위의 이와 같은 결론은 얼핏보면 발뺌이나 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이지만 법 이론상으로 보면 원칙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왜냐하면 선관위는 독립기관이기는 하지만 수사권이나 사법권을 갖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의 권한이란 힘껏 하여 법령에 대한 최종적 유권해석을 대법원이 내리기에 앞서 잠정적으로 선거법규에 관한 유권적 해석을 내리고 법령의 범위 내에서 선거관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정당이 중앙선관위에 대해 부정·불법선거의 직권단속을 촉구한다는 것은 중앙선관위의 권한을 확대 해석하여 선관위가 마치 무슨 수사권이나 사법권을 관장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정당은 상대방의 선거운동이 부정·불법적인 것으로 인정하고 그 시정을 촉구하고 싶거든 중앙선관위에 항의하여 그 유권적 해석을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체적인 인적·물적 증거를 포착하여 수사당국에 고발하고 법적 구제를 얻도록 함이 가할 것이다.
그렇지 아니하고 선관위에 대한 항의정도로써 일종의 정치적 선전효과만 거두면 그만이다 하면 부정·불법선거를 법적으로 다스린다는 것은 사실에 있어서 불가능해질 것이다.
선관위로서도 불법·부정의 선거운동이 있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유권적 해석을 내려 그 잘못을 지적함은 물론 그 스스로가 준엄한 고발자가 되어 부정·불법을 법적으로 다스리는데 앞장섬이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 있어서도 심판을 받는 정당은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도 선관위의 권능을 십분 존중하여 선관위가 정치시합을 공정히 심판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적극 협력해주어야 한다. 법제상의 결함으로 그 권능이 매우 약한 선관위를 여·야 협격으로 더욱 곤란케 만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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