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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과학기술부 안|그 문제점과 찬반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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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과학 기술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가운데 지금 한창 「과학 기술부」 안이 다듬어지고 있다. 우리 나라의 과학 기술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부 급의 과학기구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요망이 벌써부터 있어왔다. 그리고 그 기구의 실현을 위해서 여러 번 안이 짜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해에 얽힌 찬반론의 비등 때문에 물거품 같이 사라지곤 했다. 이번에는 종래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지시를 박 대통령이 내리게 되어 결국 우리 과학 기술계의 숙원이 실현되고야말 기세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안에 너무나 소리 높은 찬 반론 때문에 안을 다듬는 측에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학기술부안」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과 찬성·반대의 소리를 들어보면-.

<62년 초에 위원회>
과학기술을 크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통일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해방 뒤 여러 과학 기술자에 의해 부르짖었었다. 그러나 위정자들에게는 마이동풍이었다. 이러한 과학 기술계의 의견에 가장 민감했던 위정자로 처음 등장한 사람이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최고회의 의장 당시에도 통일적인 과학기술 기구를 마련해 보라고 지시한 일이 있다.
62년 초의 일로 당시 학계·실업계를 몰아 제법 위원회까지 차렸다. 그러나 이해관계 때문에 애꿎게 당시의 원자력 연구소장이 자리를 물러났다. 그 뒤에도 과학기술 기구의 설치에 대해서 논의가 되고 안도 나왔으나 흐지부지 넘어가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 박 대통령이 또 다시 지시를 내리게 되면서 이제는 드디어 강력한 과학 기술 기구가 실현될 모양이다.

<개혁위 안 등 5개>
김원태 무임소 장관실에서는 23, 24일 양일에 걸쳐 정부의 과학기술 관계 국장급 실무자 회의를 열어 그동안 나온 여러 안에 대한 의견 교환을 가졌다. 현재 동 장관실에 나와 있는 안은 경제 과학 심의 회의의 김기형 박사 안과 그보다 먼저 마련된 것으로 알려진 총무처 안·행정개혁 조사위 안 등 5개나 된다고 한다.
이렇게 안이 여러 개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비교, 분석, 종합하는 김 무임소 장관실에서는 골치를 앓고있다.
얼마 전에 박 대통령은 이 문제를 2월 15일까지는 매듭을 짖고 3월의 임시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므로 동 장관실에서는 25일에 외부(학계·실업계)의 의견을 듣고 안을 다듬어 26일께는 국무총리에게 상신할 예정으로 있다.
따라서 상당히 「스피디」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유사점과 차이점>
지금까지 나온 여러 안이 제 각기의 특징을 지니고 있긴 하나 대별하면 집행기구의 성격을 띤 것과 참모 조정기구의 성격을 띤 것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행 기구의 성격을 띤 안의 대표는 총무처 것이며 참모 조정기구의 성격을 띤 안으로는 김기형 박사의 것이 대표적이다.
집행기구로 하기 위해서는 산하에 각 부에 있는 연구소·관상대·표준국 등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인데 이 집행 기구를 위한 안에도 가져와야 한다는 연구소나 국 등에 있어서 차이가 나고 있다. 참모 조정을 위한 기구로서의 안중에는 김기형 박사 안 같이 처음부터 거창하게 해야 된다는 것이 있는가 하면 행정개혁조사위 안같이 간단한 기구로부터 시작하자는 것이 있다.
지금 가장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김 박사의 안은 당초 「표」와 같은 것이었는데 그 뒤 여기에 다시 관상대·국립 지질 조사소 특허국까지 흡수하도록 변경됐다. 이름은 과학 기술원으로서 원장은 국무위원으로 보 하되 서열은 경제기획원 장관 바로 다음에 둔다는 이 안은 엄밀히 따지면 집행기구의 성격과 참모기구의 성격을 아울러 지니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행조위의 안은 엄격한 참모 조정의 성격을 띤 것으로 장·차관 아래 3개 담당관을 두어 주로 연구비 보조 등 업무를 맡도록 되어있다.

<이해 얽힌 찬반론>
엄격한 의미의 참모 기구 안에 대해선 이렇다 할 반대가 없다. 이해 상관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말이 많은 것은 여러 연구소와 관상대·특허국 등을 흡수한다는 강력한 집행 기구로서의 안이다.
특히 비중이 큰 부에 소속되어 있는 것일수록 반발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힘없이 독립되어 있는 기구에선 찬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소 저 국을 떼어오는 식의 과학기술부의 실현은 난망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참모조정 성격의 김 박사의 안에 대해서도 말은 많다. 가장 뚜렷한 반론을 들고 나온 곳이 원자력원과 한국 과학기술 연구소다.
원자력원은 원자력 사업을 담당하는 기구가 모두 정부의 부내지 그 상위급인 것이 세계 모든 나라의 경우이고, 오직 일본만이 과학기술청에 원자력국을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 원자력원을 한 개의 국으로 낮추는 것은 시대역행이라고 반론하고 있다.
원자력원 안에는 김 박사의 안이 경제기획원의 기술관리국의 3개과를 3개국으로 승격시키고 원자력원을 국으로 강등시킨 데 지나지 않는다고 극론하는 사람도 있다.
한편 한국 과학기술연구소에서는 동 연구소가 창립될 때부터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의 보장을 위해하자는 뜻에서 재단 법인체로 만든 것인데 그것을 과학기술부에 소속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고 있다. 이상 모두가 이해에 얽힌 반론이지만 근거를 들이대고 하는 소리라, 안을 다듬는 측에서도 골치를 앓게 된다.

<제3자의 관점은>
과학기술부(혹은 원)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과학 기술계의 소망이다.
그러나 여러가지 안이 나오고 있고 또한 이해에 얽힌 찬반의 소리가 높은데 대해서 당장 이해 상관이 없는 제삼자적 위치의 대다수 과학 기술자들은 자칫 「과학기술부」가 졸속에 흐를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들은 우선 이때까지 여러 개의 안이 나왔지만 그것들이 책상 위에서 문헌만 뒤져 꾸민 안이라는데 불만을 표시한다. 왜 발로 걸어다니며,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모으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이며 그리고 보편성을 지니는 것이 과학의 정신일진대 「과학 기술부」의 안을 만드는데 왜 과학의 정신을 존중하지 않느냐고 많은 사람이 말하고 있다.
차제에 과학기술부를 꼭 설립시키되 우리 나라의 형편을 상세히 조사 분석하여 우리 과학 풍토에 뿌리를 박고 우리 과학 기술을 키워가면서 스스로도 커 가는 필연성 있는 기구가 되기를 그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졸속은 백해무익하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의견이므로 빠르면서도 과학적인 과학기구가 설립되어야 하겠다. <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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