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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항제·갈맷길·대장경축전·의약엑스포·억새길 … 남녘이 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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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가 활짝 핀 경남 양산시 원동면 매화마을 앞을 경부선 열차가 달리고 있다. 매화마을에서는 매화축제가 23·24일 이틀간 열렸다. [송봉근 기자]

봄에 나는 독초의 새싹에는 독이 없다. 만물을 깨우는 봄기운은 독초의 독도 일시적으로 없앨 만큼 세다.

땅속으로 퍼져오는 봄기운을 지상에서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이 고뢰쇠 물이다. 스멀거리던 땅기운이 나무둥치를 타고 오르다 사람이 구멍을 뚫으면 터져 나오는 것이 고로쇠물이다. 고로쇠 물은 물이 아니다. 땅과 봄의 기운을 가득담은 자연의 에너지다.

그 다음 봄기운은 꽃소식으로 전해진다. 꽃 소식의 으뜸은 벚꽃이다. 꽃소식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도착하는 진해에서는 요즈음 군항제 준비가 한창이다. 바다와 산,강을 끼고 있는 남녁의 관광 명소들도 봄 단장을 끝냈다.

올해는 부산·울산·경남의 세 광역 자치단체가 ‘부산·울산·경남 방문의 해’라는 이름을 걸고 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는다.

붙어 있는 세 자치단체는 그동안 크고작은 문제로 자주 다퉜다. 신공항을 유치하느라 부산과 경남은 서로 삿대질을 해댔다. 경남의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는 문제로 부산과 경남은 아직도 신경전을 벌인다. 부산·울산·경남 방문의해는 세 자치단체끼리 가능한 일 부터 해보자며 시작한 첫 협력사업이다. 세 자치단체는 올 한햇동안 공동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인다.

부산에서는 갈맷길 걷기축제가 전구간에서 수시로 열린다. 경남에서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9월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열리고,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도 9월 6일부터 10월 20일까지 펼쳐진다. 산업도시 울산은 죽어가던 강을 생태하천으로 되살린 태화강이 자랑거리다. 견학신청을 하면 조선소와 자동차 생산라인도 둘러볼 수 있다.

부산·경남·울산은 원래 한 뿌리였다

오래전에는 변한의 땅이었고 같은 신라의 백성들이었다. 조선시대 말이었던 1896년 3월에 경상도가 남북으로 갈리면서 생긴 경상남도 도민으로 오랫동안 같이 있었다. 박정희 정부가 1963년1월 부산을 직할시로 승격시키면서 경남에서 부산이 분리됐다. 그후 1997년 7월 울산시를 광역시로 분리하면서 경남에서 울산이 떨어져 나갔다. 부산에 있던 경남도청이 오랫동안 부산 울산 경남을 관할 했던 것이다.

부산·울산·경남 방문의 해 사업은 원래 한뿌리였던 역사성을 회복하고 이웃 자치단체끼리 상생해보자는 첫 걸음이다.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웃의 잔치에 가보고 관광지를 찾아보자. 그러한 경험이 쌓일 수록 이웃끼리 다투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부산·울산·경남 방문의 해를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글=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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