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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국세청, 겹친 악연 5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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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5일 사퇴한 한만수 공정 위원장 후보자. [뉴시스]

25일 사퇴한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국세청 사이엔 악연이 겹쳐 있다.

 시작은 2008년 김앤장에 대한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였다. 당시 국세청이 11년 만에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를 들여다 본 일은 세간의 화제가 됐다. 김앤장은 일반 법인과 달리 여러 명의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활동하는 ‘개인 공동사업자’ 형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세무조사도 소속 변호사 개개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한 후보자도 2008년 6월에 6년 전인 2002년치 종합소득세 130만원을, 7월에는 2003년부터 2005년치 종합소득세 2800여만원을 추가로 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김앤장이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회사가 제때 안 낸 세금을 추징당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점은 그의 기업 변호 경력과 함께 공정위원장 자격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결정타는 2010년 12월 도입된 ‘해외금융계좌 신고제’였다. 이 제도는 당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이 발의해 법제화됐다. 친박계가 주도한 법안이 박근혜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낙마시킨 건 아이러니다.

 이 제도는 국내 개인과 법인이 보유한 해외 금융계좌 잔액이 연중 하루라도 10억원을 넘으면 내역을 다음해 6월에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역외 탈세를 방지하고 세원을 확충하자는 취지다. 미신고자는 과태료와 탈루 세금 추징, 관계기관 고발 등에 처해진다. 이에 따라 2010년에 10억원이 넘는 해외 계좌를 보유한 개인과 법인이 2011년 6월 첫 신고를 했다. 개인 211명이 9756억원, 법인 314개가 10조5063억원을 각각 신고했다. 한 후보자도 이때 신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그해 7월 2006~2009년치 세금 1억6700여만원을 한꺼번에 납부했다.

 한 후보자는 2011년 미납 세금 납부에 대해 당초 “소득신고가 누락된 것을 그때야 알고서 미납 세금을 스스로 납부했다”며 “처음부터 꼼꼼하게 신고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25일 해외 금융계좌 문제가 불거지자 돌연 사퇴했다. 당시 법에 따라 미납 세금을 냈다고 해도 ‘소득을 숨겼다’는 사실이 조세 전문가이자 공직 후보자인 그에게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3일 납세자의 날에 조세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그가 세금 문제로 낙마한 것은 또 다른 아이러니다.

해외 금융계좌 신고제는 올해 더 강화된다. 지난해까지는 신고하지 않을 경우 미신고금액의 10% 이하를 벌금으로 내면 됐다. 올해부터는 미신고 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할 경우 벌금과 함께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는 이날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임 국세청장이 중점을 둔) 역외탈세 대응 강화 방안이 본격 작동하면 많은 세수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해외 현지 정보활동을 강화하고, 해외 금융계좌신고제 등을 실효성 있게 운영해 은닉 재산이 양성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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