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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일본에 역수입되는 미국식 스시

중앙일보

입력

깔끔한 디자인의 레인보 롤 스시 레스토랑 안. 한 바텐더가 칵테일을 섞고 있고 그 옆에서 요리사들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형형색색의 스시 롤을 만든다. 여종업원이 최신 패션의 젊은 고객들을 상향 조명이 깔린 긴 테이블로 안내한다. 손님들은 일본어와 영어로 인쇄된 메뉴를 꼼꼼히 살핀다. 런던이나 뉴욕 또는 로스앤젤레스의 최신식 스시 레스토랑을 연상시키는 풍경이지만 놀랍게도 여기는 도쿄(東京) 중심부다.

일본인들은 1800년대 에도(江戶)시대 때부터 일반적으로 스시를 쌀밥 위에 생선회를 올려 격식을 차리지 않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으로 여겼다. 전통에 따르면 스시는 식초를 친 쌀밥에 생선회·조개·생선알 또는 조리한 달걀만을 얹어야 하며 뜨거운 녹차, 생강 절임과 함께 내놓는다. 1970년대 유행한 일본의 회전 스시 바는 전통 스시 애호가들 입장에서는 상당히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레인보 롤 스시 같은 스시 레스토랑이 새로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21세기 스타일의 새로운 스시 문화”를 선도한다.

레인보 롤 스시의 설립자 시바타 요코(柴田陽子)는 10년전 시카고의 한 대학에 유학중이었다. 교외의 일본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그녀는 그곳에서 마요네즈와 애호박을 곁들인 미국식 스시를 처음 발견했다. 시바타는 “그곳의 음식점에서 본 광경은 일본의 스시집과는 완전히 달랐다. 사람들이 와인이나 일본술을 마시며 마치 헬스푸드처럼 저녁식사로 스시를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귀국 후에도 그 기억은 그녀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는 미국 음식점 체인사업을 하는 WDI社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3월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스시 레스토랑 사업계획을 회사에 제출해 받아들여졌다. 그녀의 레스토랑은 접시당 6∼10달러 수준인 18종의 오리지널 스시뿐 아니라 굴과 흰새우 같은 다양한 전채음식을 제공한다. 필라델피아 롤에는 쌀밥 말이 속에 훈제연어·오이·크림치즈·파가 들어 있다. 다이너마이트 롤은 가리비·날치알·붉은 고추·마요네즈로 이뤄진다.

닉슨 롤은 뱀장어·오이·크림치즈·파를 넣은 스시를 좋아했던 시카고의 한 단골고객 이름을 딴 것이다.
스시 혁명을 선도하는 것은 레인보 롤 스시 레스토랑뿐만이 아니다. 서구 스타일의 스시가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1998년께. 포 시즈 레스토랑 그룹의 다케우치 마스코(竹內眞珠子) 사업부장은 안락하면서도 최신 감각의 스시 바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며 아이디어를 찾았다. 다케우치는 이렇게 말했다.

“런던에서 아주 참신하고 감각적인 스시 바 몇군데를 발견했다. 일본의 전통에 얽매이지 않을 뿐 아니라 새로운 스시문화를 구축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젊은 세대는 식품에 관해서는 동서양을 혼합하는 데 전혀 저항감을 갖지 않았다.” 1999년 4월 그녀는 가키야스시(枾家鮮)를 차렸다. 이탈리아제 의자들을 배치하고 널찍하면서 최신 감각이 돋보이는 곳이다. 전통 스시 외에 아보카도·연어·상추·아스파라거스를 해조류와 쌀밥으로 말은 가키야 스시, 튀긴 두부·오이·아보카도를 넣은 야채 스시가 회전 컨베이어 위에 놓여 제공된다.

일본으로 역수입되고 있는 미국 스타일 스시에 대한 일본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 새로운 맛을 환영하는 일본인들은 많다. 레인보 롤 스시 레스토랑에 앉아 있던 직장여성 후카마치 카즈코(深町一子)는 기네스 맥주와 함께 스시를 먹었다. 그녀는 “이 스시는 일본의 전통 스시와는 완전히 다른 요리라고 생각한다. 로스앤젤레스·하와이에서 이런 스시를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일본인들도 있다. 크림치즈·훈제연어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서양인이 사무라이 복장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이같은 ‘외산 스시’의 인기에 누구보다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일본 전국스시연합회의 회원들이다. 4만개소의 전통 스시 업소로 구성된 스시연합회의 다카하시 다케오(高橋武夫) 사무국장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것은 모조품일 뿐이지 진짜 스시가 아니다”고 말했다. 스시연합회는 전통 스시를 지키기 위해 스시 요리 경연대회와 요리 시연회를 개최한다. 에도 시대의 전통 스시가 조만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Hideko Takayama 도쿄 지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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