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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 시대, 기업도 예술감독을 선임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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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호 32면

클레오파트라는 백옥 같은 피부를 위해 진주를 식초에 녹여 마셨다고 한다. 또 양귀비는 탄력 있는 피부를 위해 어린아이의 오줌으로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녀들이 유별난 것일까? 아니다. 요즘에도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고통도 마다하지 않고 수술대에 오르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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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요즘은 외모가 능력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시대다. 이 때문에 ‘뷰티 산업’은 마르지 않는 화수분 같은 시장이다. 지난해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인 ‘악마크림’. 이 제품은 한 중소기업 제품이지만 96시간 동안 지속되는 보습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악마 같은 마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유명 브랜드들을 제치고 1위에 오를 만큼 그 품질을 인정받아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50만 개 이상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고 한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성형수술도 히트상품이 된다. 한 성형외과는 ‘15분 광대축소술’이라는 상표를 출원했다.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광대뼈를 축소해 준다고 하니 얼굴 윤곽을 고치려는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혹시 ‘고양이 수술’을 아는가? 이는 고양이를 위한 수술이 아니라, 인중과 코끝이 이루는 각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주는 성형수술이다. 또 코 옆의 팔자주름을 없애는 ‘귀족수술’이라는 것도 있다. 마치 귀족처럼 ‘있어 보이게(?)’ 만들어 준다는 거다.

폴라로이드 카메라 ‘인스탁스 미니’.

사람뿐 아니라 제품도 외모가 업그레이드되면 팔자가 달라진다.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폴라로이드 카메라. 하지만 한국 후지필름의 폴라로이드 카메라 ‘인스탁스 미니’는 지난해 200만 대 가까이 팔리는 인기를 누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외모가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기존의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달리 색깔도 다양하고 형태도 둥글고 귀엽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스탁스 미니’를 가방이나 옷에 달고 다니는 액세서리쯤으로 여긴다. 카메라에서 일종의 팬시 용품으로 아예 카테고리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보다 격조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예쁜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예술적인 기품을 원한다. 그런 소비자들을 심미안과 창의력이 뛰어난 소비자 ‘아트슈머(Art+Consumer)’ 혹은 ‘아티젠(Artygen)’이라고 부른다. ‘아티(arty)’와 ‘제너레이션(generation)’의 합성어다. 아티젠들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예술적 감각이 덧입혀진 제품과 기업을 선택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아트 마케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보석 디자이너 마시모 주키가 컬래버레이션해 만든 냉장고, 기아자동차와 설치미술가 서도호가 협업해 자동차를 이용해 만든 ‘틈새호텔’, 현대카드와 뉴욕현대미술관(MoMA)의 파트너십 체결 등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름다운 외형은 물론 아름다운 사연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제품도 있다. 바로 벨기에의 명품 초콜릿 ‘고디바(Godiva)’다. 고디바는 11세기 영국의 코번트리라는 마을의 영주 부인이다. 그녀는 주민을 착취하는 남편에게 세금을 내려 달라고 간청했지만 남편은 이를 비웃으며 만약 부인이 나체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돌면 세금을 낮추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고디바는 정말 나체로 말에 올라 마을을 돌았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부끄럽지 않도록 아무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초콜릿 고디바는 그녀의 아름답고 고결한 마음을 담았다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조선시대 간장독으로 쓰였던 달항아리가 소더비 경매에서 고가에 팔리는 이유는, 과거 기술과 예술은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었고, 장인들은 기술자이자 예술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서 기술과 예술은 이산가족이 되었다. 그런데 이제 시대는 다시 그들의 결합을 원한다. 기술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예술이 주는 힘, 심미적인 가치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즉, 모든 산업이 예술 혹은 문화와 결합되는 시대, 테크놀로지(Tech)와 아트(Art)가 결합하는 ‘데카르트(Tech-art)’의 시대가 왔다. 이제 기능을 넘어 아름다움까지 잡아야 하기에, 기업들은 ‘아트디렉터’, 즉 ‘예술감독’ 선임을 준비해야 할 때다.



‘재미날개 청평놀공 모두한편’은 기쁨의 세계를 재미, 아름다움(美), 날 것(생생함), 개인화, 청춘, 평안, 놀이, 공감, 모험, 간편 10개의 요소로 구분한 일종의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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