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소녀의 원조교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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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어떻게 하면 남자들에게 복수할 수 있을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에서 시작됐다. 카바레에 있는 그녀를 보고 침을 흘리며 앉아 있다가 몇백 달러를 내놓고 성관계를 가지려는 그들이 정말 구역질났다. 그러면 그들을 속여보는 것은 어떨까? 남자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처럼 믿게 한 뒤 갑자기 돌변해 돈을 강탈하는 것이다.

마르고 긴 퍼머 머리를 한 가요코(17)는 여자 친구 두 명과 나무 벤치에 앉아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들이 전에 다니던 중학교 옆 풀밭 공원은 이들이 마리화나나 말보로를 피우고 시너를 흡입하면서 따분한 집과 재미없는 부모, 숙제를 하는 척 하며 보내는 지루한 밤을 탈출해 시간을 때우는 장소다. 그리고는 카바레로 일하러 간다.

가요코는 담배불을 껐다. 그리고 그녀와 성관계를 갖는 대가로 돈을 주려는 남자가 생기면 그녀와 친구들이 그 남자를 강탈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손님들은 지갑에 1천 달러가 넘는 돈을 갖고 다닌다. 쉬운 일일 것이다. 그녀는 잘 나가는 남자 친구 몇 명에게 전화를 걸고 이들은 거친 행동으로 위협할 것이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어때? 한 사람당 1만 엔씩 줄께.

이들은 가출 청소년이 아니다. 가요코와 그녀의 친구들은 여전히 집에서 살고 있다. 단지 이 조직을 만들었을 뿐이다. 원조교제를 미끼로 돈을 버는 폭력조직이라고나 할까.

이들은 비밀과 두려움을 함께 나눈다. 이것으로 자신들이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며 좀 더 안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가요코, 아(Ah·가요코의 친구 이름), 그리고 그녀의 조직은 오사카 도심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의 서부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곳을 지나치는 외지인은 마을이 유별난 매력이 있어 보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공원 옆 거리에는 예쁜 인도가 이어져 있고 이 길을 가로 질러 시냇물이 흘러간다. 바로 가까이에는 분재처럼 새롭게 개조된 주택들이 완벽하게 다듬어진 나무들을 배경으로 서 있다.

이들은 집에서의 학대와 심한 빈곤 때문에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이 아니다. 가요코와 그녀의 친구들이 반발하는 대상은 단순한 권태, 즉 깔끔하고 작은 교외의 집들로 대표되는 뻔한 미래다.

이 소녀들은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잘 하고 적절한 시험들에 합격하고 좋은 남자와 결혼한다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조그만 현관문에 침실이 세 개 있고 슬리퍼들이 치장된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작은 집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꿈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중학교의 교장조차도 이 학생들이 거칠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불량한 짓을 한다. 우리는 학교에서 그들을 단속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일단 수업이 끝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

아(Ah)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자에서 일어나 가요코의 발상이 아주 좋다고 말한다. 아(Ah)의 어머니는 그녀가 세 살 때 돌아가셨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의 언니가 가출했다. 그녀는 아버지가 없다. 지금 그녀는 할머니와 함께 한 여관 건물 10층에 있는 침실 세 개에 거실, 식당, 부엌이 갖춰진 집에서 살고 있다. 야쿠자가 이 지역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오토바이 폭주족과 밑바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쓰는 은어를 사용한다.

그러면 오늘 밤에 한번 해보자. 그녀는 가요코에게 말했다. 가요코는 휴대폰을 꺼내 그녀의 친구 요찬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게획에 대해 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자신이 운좋게 가요코와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 어떤 직장인은 실컷 두들겨 맞고 지갑까지 뺏겼다. 그리고 다음 날 가요코와 그녀의 친구들은 의자에 앉아서 그 얘기를 나누며 킬킬거렸다.

KATE DRAKE, 오사카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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