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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창에 비친 햇살|한·일이 손잡은 「법률 구제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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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해의 법창에 햇살처럼 밝은 화제가 생겼다. 서울 제일 변호사회는 세칭「마루마사 사건」의 범인으로 일본 최고 재판소에서 무기 징역형이 확정되어 지금은「미야기」형무소에서 복역중인 재일 교포 이득현 피고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한 운동을 크게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 변호사회는 가칭「이득현 사건 조사위원회」를 구성, 오는 10일 재심 청구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자료를 검토키로 하는 한편 이 피고인의 억울함을 주장하며 무료 변호를 맡기 10년-. 끝내는 자신들이 명예 훼손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일본의 유명한「마사끼」 「스즈끼」 두 변호사의 신념에 감격, 이번엔 한국 변호사들이 두 일본인 변호사들의 특별 법정 변호에 나설 길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문인구 김동환 한승현 김교창 안명기씨 등 소장「그룹」이 중심으로 된 서울 제일 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은 한결같이 『재일 교포의 인권을 위해 오히려 일본 변호사들이 발벗고 나서는데 지금까지 국내에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이 운동의 뜻을 강조했다.
문제의「마루마사 사건」은 1955년 5월 12일 새벽 일본「시즈오까」에서 「마루마사」운송점 여주인이 목 졸린 채 살해된 사건에서 비롯된 것. 당시「트럭」운수회사의 운전사였던 이득현 피고인(당시 47세)은 그 날 새벽 이 운송점 앞을 지났고 살해 장소에서 이 피고인의 구두자국 같은 것이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조수「스즈끼」(당시 40세)와 함께 진범으로 몰린 채 3심까지 내리 무기징역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의 무료변호에 나선 「마사끼」 변호사는 교살된 여주인 「지요꼬」(33) 씨의 시체는 ①입에 물렸던 수건과 반항의 흔적으로 보아 3명의 범인이 합세했다. ②가옥 구조로 보아 범행은 같은 집안에서 이뤄졌다. ③시체의 온도는 사후 1시간에 섭씨 1도약이라면「지요꼬」의 사망시간은 이 피고인이 운송점 앞을 지나간 시간과 맞지 않는다. ④시체는 죽인 뒤 옮긴 피의 흔적이 있었다. ⑤「지요꼬」의 정기예금증서 3통과 도장을 이 피고인이 훔친 것이라고 조사됐으나 이중 예금증서는 반년뒤 「지요꼬」의 동생 집 불단아래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는 점등 재판 때마다 새로운 증거를 내세우며 이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법정투쟁을 벌여 크게 화제를 일으켜왔었다.
그러다가 「마사끼」 변호사는 그의 저서「고발」을 통해 이 사건의 진범은 딴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지요꼬」의 집 2층에서 양복점을 경영하는 그의 오빠「고이데」(45) 부부와 동생「히로시」(27)임에 틀림없다고 폭로, 결국 명예 훼손으로 피소되어 1심인 「도꾜」지법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하기에 이르렀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 자는 죄인이 될 수 없다』- 올해 70세의 「마사끼」 변호사는 『한국인을 더 이상 돕지 말라』는 각계의 협박마저 받아오면서도 10여년 동안 이 피고인의 무죄를 밝히려는 신념에 여생을 바치고있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한 작가 「이또」씨는 「마사끼」변호사 후원회를 구성, 그를 격려해주고 있는 판.
서울의 변호사들도 늦게나마 진정한 인권을 되찾기 위해 이제 국제사건으로 번진 「마루마사 사건」을 파헤쳐 보기로 한 것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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