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노트] 방송 '홍보비' 파문 진상을 밝히자

중앙일보

입력

배임(背任) 인가 명예훼손인가.

MBC '시사 매거진 2580'이 지난 27일 가요계의 음성적인 홍보비 관행을 폭로한 후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방송국 가요 담당 PD들과 스포츠신문 기자들이 연예 기획사로부터 소속 가수를 홍보해 준다는 명목으로 돈을 건네받는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였다.

이 프로그램이 나가자 28~29일 각 방송사 예능국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명백한 명예훼손"이라며 격앙된 일부 PD들은 삼삼오오 모여 법적 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중음악개혁연대모임 등은 MBC 보도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논평하고 그간의 제보를 토대로 추가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같은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가을 MBC는 같은 프로그램의 '노예계약'보도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측과 출연 거부라는 마찰을 겪은 바 있다.

당시 사태는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는 선에서 처리됐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근본부터 다르다. 이번 보도는 지난해 문제됐던 민사적인 계약 관계가 아닌, 명백한 실정법 위반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장은 거셀 수밖에 없어 보인다.

만약 '시사매거진 2580'측의 주장대로 방송 출연을 대가로 한 거액의 홍보비가 공공연히 오갔다면 이는 형법상 배임수재죄에 해당한다. 반면,MBC가 없는 사실을 부풀려 보도했다면 당연히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것이다.

연예가에서는 두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될 경우 소문에 의한 소위 '카더라'통신이 난무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양측이 자존심 싸움을 벌이다 어물쩍 넘어가 버린다면 여론의 화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도가 나간 이상 '관행'여부에 관계 없이 형사상의 시비가 가려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우세한 것 같다.어느 쪽의 고소.고발로 검찰 수사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지만, 검찰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때마침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연예계 전반의 불공정 계약에 대해 대대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고질적 불법 관행이 있다면 과감히 도려내고, 그렇지 않다면 당사자들의 '오명'을 벗겨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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