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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 해킹 다음날, 北과 연평도선…긴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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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조선중앙통신이 20일 공개한 북한군의 탱크부대 훈련 장면.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날 항공군과 포병부대 훈련 현장을 찾아 무인타격기 공습과 대공미사일 발사 훈련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로이터=뉴시스]

#상황1.

 “공습경보, 공습경보입니다. 각급 부대들과 단위들에서는 적의 공중타격으로부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하겠습니다.” 21일 오전 9시32분 북한 관영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아나운서의 긴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훈련상황’이란 언급 없이 마치 실제와 같은 공습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조선인민군방송’이란 설명도 나왔다. 북한은 이런 내용을 여섯 차례 되풀이 방송했다. 오전 10시29분에야 “공습경보 해제”라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제3방송(내부용 유선방송)이 아닌 라디오로 공습경보를 내보낸 건 이례적인 일이다.

 #상황2.

 “실제 상황입니다. 주민 여러분은 대피해 주십시오.” 이날 오전 11시45분. 연평도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주민대피 방송이 울렸다. 연평면사무소 직원 10여 명이 무전기 등을 챙겨 대피소로 내달렸고, 주민 수백 명도 대피했다. 해병대 연평부대가 마을방송을 내보내는 라인을 차단하지 않고 훈련을 벌이다 벌어진 소동이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불안해 하던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남북한에서 비슷한 시간에 벌어진 두 상황은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잘 보여준다. 북한의 대남도발 위협과 이에 대응한 우리 군의 팽팽한 대치국면에서 벌어진 일이다. 북한군 최고사령부(사령관 김정은)는 이날도 “핵으로 위협하면 그보다 더 강한 핵 공격으로 맞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키 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에 미 B-52 전략폭격기 등이 참가한 걸 겨냥한 비난이다. 이런 반응은 6·25 당시 북한군을 공포에 떨게 했던 B-29 폭격기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다.

 김정은은 20일 무인공격기 훈련을 참관했다. 군 관계자는 “미국산 고속표적기(사격훈련 시 표적을 달고 날아가는 소형항공기) 스트리거(MQM-107D)를 개조한 무인공격기의 실전배치 사실을 처음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초정밀 무인타격기들의 비행항로와 시간을 남반부 상공까지의 거리를 계산해 타격능력을 검열했는데 적들의 그 어떤 대상물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복서에 도장 찍을 놈도 없게 모조리 쓸어버리라”는 극단적인 말까지 쏟아냈다.

 한·미의 ‘무력시위’ 강도도 높아졌다. 다음 달 말까지 이어지는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 연습에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전투기인 F-22 랩터(Raptor)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1㎡짜리 목표물을 200~240㎞ 거리에서도 식별해낼 수 있는 레이더를 갖춘 첨단 전투기다. 군 관계자는 “김정일은 생전에 랩터가 한반도에 들어오면 공개활동을 중단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랩터와 B-52 전폭기, 핵잠수함이 북한 최고지도부를 긴장케 하는 3대 무기인 셈이다. 김정은이 20일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요격훈련을 참관한 것도 키 리졸브를 위해 투입된, 미 7함대 소속 핵잠수함 샤이엔을 의식한 행동이란 분석이다.

이영종 기자

[사진=조선중앙통신 로이터=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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