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입 논술도 대학 과정서 34%나 출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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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13학년도 대입 논술에서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항 출제가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자연계 논술 문제 가운데 34%는 여전히 대학 과정에서 나오는 등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운동 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과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실은 서울 15개 대학의 2013학년도 논술 문제 분석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15개 대학은 건국대·경희대·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서울대·성균관대·숙명여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 한국외대·한양대·홍익대다.

 이들 대학이 지난해 수시 선발에서 출제한 자연계 논술(수학·과학 분야의 수리논술·구술면접 등) 290개 문제 중 33.8%(98개)가 대학 과정에서 출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별로는 연세대가 ‘수시 일반전형’ 전체 10개 문항 중 7개를 고교 과정 밖에서 출제해 대학 과정 출제 비율이 70%로 가장 높았다. 홍익대(54.5%)·서강대(50%)·고려대(45.1%)·성균관대(38.5%)도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반면에 동국대·숙명여대는 모든 문항을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낸 것으로 조사됐다.

 논술 문항이 대학 과정에서 출제됐는지 여부는 현직교사·대학강사 등 60여 명이 분석했다. 사교육걱정은 “한 대학의 문제를 최소 4명이 같이 분석해 판단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전에 비해선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부 대학이 논술 문제를 어렵게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본지와 사교육걱정이 2012학년도 서울 10개 대학의 수학 논술을 분석(2012년 8월 20, 21, 22일자 ‘대입 논술이 너무해’ 시리즈)했을 때에는 고교 과정을 벗어난 문항 비율이 54%나 됐다.

 관련 법령에선 ‘대학이 논술 등 필답고사를 시행하는 경우 초·중·고교 교육이 추구하는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들이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을 입시에서 출제해 초·중·고교 교육에 악영향을 줘선 안 된다는 취지다.

 정답과 문제풀이 과정을 요구하는 본고사형 형태 논술도 여전히 많았다. 서강대·한양대·건국대는 모든 논술 문제가 본고사형이었다. 본고사형의 문제 비율이 가장 낮은 숙명여대와 동국대도 50% 수준이었다.

 인문계 논술에선 대학이 영어제시문·수학 문제를 출제한 것이 개선 사항으로 지적됐다. 경희대·이화여대·한국외대 등 3곳이 영어제시문을 출제했다. 건국대·경희대·고려대·이화여대·중앙대·한양대 등 6곳은 인문계 논술에 수학 문제를 출제했다. 영어제시문 출제 등은 대학 자율화 차원에서 2009년 논술 가이드라인이 폐지되기 전에는 금지됐었다.

 사교육걱정 김승현 정책실장은 “사교육 유발을 억제하려면 대학들이 고교 과정을 벗어난 논술문제를 출제해선 안 된다”면서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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