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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공에 손든 법원 … 이홍하 보석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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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 20일 오전 11시 광주지검 순천지청 정유선 검사가 두툼한 서류봉투를 들고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영장계에 나타났다. 그는 사학비리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인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4·사진)씨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제출했다. 법원이 보석으로 석방해 준 피고인에 대해 검찰이 새로운 범죄혐의를 추가해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이씨는 학교 공금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말 구속됐다. 그는 신병치료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해 지난달 6일 풀려났다. 이를 두고 이씨가 담당 재판부와 친분관계가 있는 변호사를 선임한 결과란 지적이 제기됐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보석 취소를 청구하는 한편 상급법원인 광주고검에도 항고했다. 하지만 법원은 보석 취소에 대한 판단을 미루며 불구속 상태로 18일 1심을 속개했다.

 검찰은 20일 제출한 새 구속영장에서 이씨에게 뇌물공여와 고등교육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2010년 초부터 지난해 초까지 교육과학기술부 직원 양모(38)씨에게 4~5차례에 걸쳐 현금 2000여만원을 건넨 혐의가 보강수사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최소 이수시간을 채우지 못한 서남대 의대 학생들에게 규정을 어기고 학점을 주도록 한 혐의(고등교육법 위반)도 적용했다. 검찰이 이씨에 대한 보석 취소를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에 대한 판단을 미룬 데 대한 초강수 압박 수단이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구속영장이 새로이 청구되면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등 절차를 거쳐 이씨를 재구속할지 아니면 영장을 기각할지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2. 상황은 이날 오후 급반전됐다. 오후 3시30분 광주고법이 보낸 서류 한 통이 카운터파트인 광주고검에 도착하면서다. 지난 8일 순천지검이 제기한 ‘보석에 대한 항고’를 받아들인다(인용)는 결정문이었다. 다시 말해 이씨에 대한 보석을 허가한 순천지법의 원심을 취소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씨뿐 아니라 함께 구속된 서남대 총장 등 3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결정이 내려졌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으로 이씨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판단과 상관없이 다시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순천지청은 광주고검이 발송한 결정문 등본을 전달받는 대로 이씨에 대한 재구속을 집행할 방침이다.

 이날 한나절 사이에 벌어진 상황을 두고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선 “이씨에 대한 추가 영장신청으로 재구속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 법원이 황급히 보석 취소 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상현 광주고법 공보판사는 “검찰의 영장청구와 보석을 취소한 항고 인용 결정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미 접수돼 있는 검찰의 항고에 대해 법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보석을 둘러싸고 40여 일을 끌어온 검찰과 법원의 줄다리기는 이렇게 마무리됐다.

 이씨가 다시 구속되면 교과부 직원과의 유착관계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은 18일 이씨로부터 돈을 받고 감사 정보 등을 빼내 준 교과부 직원 양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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