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짓다만 대형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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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오산시 오산동 1번 국도변에 짓다가 만 대형건축물이 대형마트, 아파트와 나란히 서 있다. 이 건물은 1987년 호텔을 지으려던 건축주의 부도로 폐허가 된 채 방치되고 있다. [강정현 기자]

경기도 오산시의 중심가인 오산동 1번국도변에는 8층짜리 커다란 건물이 수십 년째 공사용 가림막을 두른 모습으로 서 있다. 가림막 안쪽에는 88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횃불을 들고 있다. 1987년 한 개인사업가가 88서울올림픽 특수를 겨냥해 지은 관광호텔이다. 당시에는 오산에서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데다 연면적 9200㎡로 오산·수원·화성 일대에서 가장 큰 호텔로 관심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런데 건축주가 자금난에 빠져 부도가 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세 번 주인이 바뀌었지만 끝내 문도 열어보지 못하고 방치된 지 25년째다.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여름에는 해충의 서식지가 되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범이다. 약 5분 거리에 있는 오산시외버스터미널 재건축 현장도 콘크리트 골조 상태로 10년째 공사가 중단돼 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사업자가 5명이나 바뀌었지만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소송만 늘어날 뿐 건물 완공은 기약할 수 없는 처지다. 한 주민은 “폐건물들이 경부고속도로 오산IC에서 가까운 1번 국도변과 전철역 근처에 있어 도시 이미지에도 먹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는 이렇게 짓다 만 대형 건축물 76개가 있다. 전국적으로는 868개나 된다. 방치된 건물들은 주변 상권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주변 관리가 되지 않고 슬럼화돼 인근 상가와 주택의 가치까지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그동안 지자체들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사유 재산이어서 강제 집행도 어렵고, 개인들 사이의 복잡한 소송이 얽혀 있어 행정지도도 무용지물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대대적인 정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공사 중단 장기 방치 건축물의 정비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방치된 건물을 정부와 지자체가 정비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특별법이 제정되면 도심의 흉물로 방치된 건물의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글=유길용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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