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과 연기대결…日 매력남 도루

중앙일보

입력

"한국 영화에 다시 출연하고 싶습니다." 내달 1일 개봉하는 SF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장동건과 호흡을 맞춘일본 배우 나카무라 도루(37)는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낯선 배우다. 홍콩영화 '동경공략'과 '젠엑스캅'으로 한국 팬과 만나기는 했으나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서는 갖가지 장르를 넘나들며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연기파 배우. 지난 85년 영화 '비밥 하이스쿨'로 데뷔, 그해 각종 신인상을 휩쓸었다.

영어에도 능통해 미일합작영화 '뉴욕 캅'(93년)과 '블루 타이거'(94년) 등에서 활약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그가 주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특히 번듯한 외모와 자상하면서도 우수에 찬 눈빛이 묘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함께 연기한 장동건은 "이번 영화를 계기로 다카무라 도루의 한국 여성팬이 많이 생길 것"으로 장담했다.

2009년 한국이 여전히 일본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로스트 메모리즈'에서 그가 맡은 역은 일본인 형사 쇼지로. 조선계 형사인 장동건과 피를 나눈 형제처럼 지내지만 나라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게 된다.

"특별히 영화의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강력한 액션과 드라마가 있는 영화라생각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본 뒤 곧바로 출연을 결정했지요." 비록 `가상 역사'이지만 극중 설정이 논란이 될 법도 한데 그는 말을 아꼈다.

"일본의 젊은이로서 출연한 게 아니라 배우로서 참여했기 때문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작품 속에 다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한국인들도 영화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라 믿습니다." 여러 나라 영화에 출연한 경력 때문인지 한국인 스태프들과 홀로 작업하면서 고충이 많았을 텐데 신중하게 답했다.

"촬영 당시 (예정된 것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모두 친절하게 대해줘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촬영 현장의 분위기는 작품별로 차이가 있을 뿐 국적별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촬영을 마친 뒤 그는 스태프들과 부둥켜안고 울었을 정도로 정이 들었다고 한다.

야구에서 유도, 승마, 스쿠버다이빙, 태권도까지 못하는 운동이 없는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한 그는 미 영화잡지 `버라이어티'가 "카리스마 있는 일본의 배우"로 소개했을 만큼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서울=연합) 조재영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