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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서종면엔 고품격 우리동네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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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화모임 ‘서종사람들’ 정연심 회장(왼쪽)과 이철순 고문이 공연안내 포스터를 들고 매달 셋째 토요일 저녁이면 열리는 ‘우리동네음악회’를 설명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북한강변. 매월 셋째 토요일 저녁이면 ‘우리동네음악회’가 열린다. 2000년 4월 이후 13년째, 한겨울인 1, 2월을 빼곤 쉬지 않고 올려지는 무대다.

 공연 ‘기획사’는 서종면 주민으로 구성된 문화모임 ‘서종사람들’, 공연장은 서종음악당이라 이름 지은 면사무소 2층이다. 지난 16일엔 올해 첫 공연으로 ‘뮤지컬 갈라콘서트’가 개최됐다. 200석 규모 공연장은 지역주민과 외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 350여 명으로 초만원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과 관객들이 인근 맥주집으로 옮겨가 이야기 파티도 열었다.

 ‘서종사람들’을 이끄는 이는 12년 전 서종면으로 이주한 정연심(58·여·번역가) 회장이다. 그는 “아름다운 자연 속 시골마을의 작은 음악회를 통해 모두가 여유있는 삶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 보람이 크다”며 “지역주민들과 서로 돕는 품앗이 형태로 문화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여름인 8월엔 북한강이 바라다보이는 서종문화체육공원 잔디밭에서 야외 음악회를 연다. 지역주민과 학생들이 무대를 꾸미고 공연 포스터까지 제작하며 준비를 도맡는다.

 그동안 열린 128회 공연이 장소만 빌려주는 ‘대관 공연’이 아니라 ‘기획 공연’ 형태로 이뤄졌다. 관람료는 어린이 500원, 어른 1000원이다.

 모임 창설 회원인 이철순(57·양평군립미술관장) 고문은 “문화공연 불모지나 다름없는 농촌마을에 문화공연을 전파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입장료는 수익 목적이 아니라 농촌 주민들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유료 공연 문화를 심어주려는 의도로 싸게 받는다”고 소개했다. 음악회 비용은 양평군의 지원금 2000만원(연간)과 70여 명 회원이 매월 1만∼3만원씩 회비, 특별 후원회원 10여 명이 내는 돈으로 충당한다. 극작가·화가·시인·소설가 등 문화예술인과 농민, 자영업, 회사원 등이 회원이다.

 그동안 무대에 선 공연단 면면은 서울 도심 큰 공연에 비춰도 손색이 없다. 모스크바 남성합창단, 모나코 왕립소년합창단 등이 무대에 섰고 오는 6월 23일엔 러시아 돈 코자크 남성 합창단이 공연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음악회를 자연과 더불어 문화를 즐기는 문화공연 페스티벌로 승화시키고, 문화모임도 환경을 살리고 교육발전도 공유하는 지역공동체로 발전시켜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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