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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외교」이루어지려나…중재맡은 「우·탄트」의 월남유전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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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의 북폭강화는 세계여론을 자극하고, 이 여론의 압력은 결과적으로 미국에 의한 「연말평화공세」의 길잡이가 되었다. 미국은 지난해 연말에도 대대적인 평화공세를 취했다. 이 공세는 실패로 끝나고 간밤, 「러스크」미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l966년이라는 해를 통틀어 「하나의 실패작」이라고 비탄하게 한 것이다. 『월남평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달라』는 「골드버그」미국대사의 서한을 받은 「우·탄트」 「유엔」사무총장은 재빨리 간접적인 「월맹타진」공작에 나섰다.
그는 우선 월맹에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입장인 소련의 「유엔」 대사 「페드렌코」를 만나고 월맹과 줄이 닿는 「알제리아」대표 「부스트라」와 예비회담을 갖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미국은 지난해의 직접평화공세 때와는 방법을 달리하여 협상교섭의 임무를 「우·탄트」에게 일임하고 「유엔」을 협상공작의 시발점으로 삼고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게 희망적이고 낙관적일까는 의문이다. 월맹이 「탄트」외교에 움직여 협상「테이블」로 과연 나올 것인가의 여부는 「탄트」의 평화의 염원이나 열의보다는 미국의 태도와 소련의 협조가 좌우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골드버그」의 서한이 「탄트」에게 전달됐을 때 「미국의 진의는 무엇인가」에 관해 이론이 백출했다. 월맹과 「하노이」는 비공식적으로 그것은 「속임수」라고 일축했고 「모스크바」방송도 미국의 의도를「새로운 선전공세」라고 깎아 내렸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긍정적인 요인이 없지도 않다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첫째 지난11월의 중간선거에서 대패한「존슨」은 68년도의 대통령선거를 위해서는 인기를 만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기의 고하는 대외문제에 관한 월남전쟁이 좌우함은 물론이다.
67년 이 한해가 「존슨」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임을 계산하면 「존슨」행정부가 새해에는 월남전쟁의 끝장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볼 것으로 예상되는 일이다.
때마침 「크리스머스」 휴전에 새해휴전이 겹치고 「로마」교황「바오로」6세와 「우·탄트」의 압력이 가중됐다.
뿐만 아니라 미·소를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의 환경은 소련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호전됐다. 외계핵금을 위시해서 두 나라의 협조는 상승 「무드」에 올라섰다. 소련자체로서는 중공을 고립시켜 월맹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공산세계의 지도권을 확보해야한다.
그래서 「모스크바」방송처럼 표면적으로는 강경론을 펴 중공의 험구를 틀어막으면서 「탄트」외교에 은근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게 사실이다.
소련부외상 「쿠즈네초프」는 지난 11월 「유엔」을 방문하고 「탄트」에게 월남평화를 위한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다짐한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①무조건 북폭중지 ②쌍방의 축전 ③「베트콩」의 협상자격인정-이라는 「탄트」자신의 협상조건을 선뜻 받아들일지가 의문이다.
거기다 미국은 북폭강화, 「델타」작전준비 등으로 한편에서는 장기전의 태세를 서두르고 있다. 「워싱턴」관리들의 강경론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지만 결국 「홍당무와 몽둥이」의 양면작전엔 변함이 없다.
전쟁을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형으로 종식시키는 게 실현 불가능하면 평정과 적극공세를 통해 적의 공세와 전쟁자체를 자연 소멸시키는 옛「그리스」형으로 밀고 나갈 태세인 것이다. 다만 후자의 경우 미·소 관계의 긴장, 중공개입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우·탄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는 것이다.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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