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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낡은 아산신도시 계획안

중앙일보

입력

선거를 앞두고 정부 부처의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인가. 건설교통부가 어제 내놓은 아산신도시 개발계획은 선거를 의식해 서두른 '재탕 발표'가 아니라면 올해 중점 업무계획으로 꼽기에는 현실성이 너무 모자란 겉만 그럴 듯한 정책이다.

고속철이 건설되면 역세권 개발은 전반적 검토가 불가피하다. 더구나 천안 주변은 수도권 최인접 지역으로 2004년 고속철 개통에 앞서 지금부터라도 개발방안을 다듬고 추진을 본격화해야 한다. 또 이 지역 개발은 수도권 외곽으로의 인구분산을 통해 지금까지 집중억제 일변도이던 수도권 정책을 전환, 국토의 균형개발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아산신도시는 1994년 개발이 거론되기 시작한 후 수차례 방안이 나왔으나 실질적인 개발은 부진상태였다.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고 개발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건교부의 이번 계획은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상반기 중 1백만평을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한다는 것 외에는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

개발계획과 연관한 행정기능 분산에 대해 건교부는 솔선해 산하 관련기관과 함께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전 행정타운도 아직 안착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에 굳이 옮긴다면 대전으로 내려가 집적도를 높이는 게 순리일 것이다.

주요 인구 분산책으로 꼽는 대학 이전도 서울대가 1년 전 아산 신도시 인근에 1,2학년을 위한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 있었지만 지금은 재론조차 되지 않는 현실이다.

고속철 개통에 맞춘 서울~천안간 출퇴근을 위한 요금인하 방안은 이웃 일본의 신칸센(新幹線) 운행에서 아이디어를 빌렸다지만, 철도청은 누적적자 해결을 위한 민영화 방안도 언제 매듭지어질지 진통을 거듭하는 형편이다. 요금인하의 현실성마저 의문이다. 국토계획은 장기비전 위에 차근차근 입안, 추진돼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낡은 필름을 돌리지 말고 정말 잘 짜인 국토개발계획의 청사진을 제시해 국민에게 꿈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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